노동조합의 작은 변화 이끌어내는 활동 하고파

기고문 - 현광남 제주본부 2030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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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본부 조합원들과 2030 청년 페스티벌에 참석한 현광남 제주본부 2030 위원장(왼쪽 첫 번째)
▲ 제주본부 조합원들과 2030 청년 페스티벌에 참석한 현광남 제주본부 2030 위원장(왼쪽 첫 번째)

공무원노동조합을 시작한 지 10년이 조금 지났다. 처음 공직에 입문해서 다행히 같은 사무실에 노동조합 간부들이 있었고 나는 직접 찾아가서 조합 신청서를 달라고 했었다. 그때 그 선배의 놀란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노동조합에서 가입하라고 해도 상사 눈치 때문에 가입을 주저하던 때에 직접 찾아와서 가입 신청서를 쓰고 있는 내가 신기해 보였던 듯하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배우면서 경제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복지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다보니 선생님보다는 사회복지사가 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진로 변경을 고민하던 중에 복지시설 담당자분이 나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광남 씨는 학교 현장에서 노동자(선생님)의 복지를 위한 노동자가 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도 사회복지사지만 우리의 복지를 위한 사회복지사가 없다. 아마 교직도 보이지 않지만 그런 문제들이 많을 것이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당시는 나이도 어리고 전교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때라 그분의 말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갖게 되는 가슴 떨리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 비록 선생님은 되지 못하고 공직에 입문하였지만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사회에서 보면‘공무원 조직이 무슨 힘든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막상 공직 업무를 하다보면 공무원조직 내에 해결해야 다양한 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개혁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할 조직이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노동조합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집행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가 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참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10년 전에도 막내였던 내가 아직도 막내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는 젊은 세대들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들의 시선이 달라졌는데 그 상황 변화에 노동조합이 맞춰나가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투쟁 방식을 봐도 변화가 되었음을 안다. 오로지 ‘투쟁’을 목 놓아 외쳤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촛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즐기는 집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노동조합의 새로운 주인이 될 젊은 세대의 정서에 맞도록 노동조합도 변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 개방형 직위 등의 문제는 노동조합에서 필요한 것이나 청년세대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이다. 청년 세대는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제 노동조합은 일상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성비 불균형에 따른 당직 문제, 늘어나는 업무량에 비해 증원되지 않는 인원 문제 등 젊은 세대들에게 맞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노동조합은 찾아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2030청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제주본부에서도 청년위원회를 발족하여 그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중차대한 역할을 내가 맡게 되었다. 아마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방향을 잡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는 데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노동조합의 작은 변화가 10년 후에는 노동조합의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걸 믿는다. 또한 공무원노동조합이 공무원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며 그 길에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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