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노동자 합동추모제 참석 일본 여행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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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노동자 합동추모제 참석 일본 여행기<1>

"남한 수학여행 못오는 것은 북한국적 학생 입국 불허"

국가보안법 사슬에 방문조차 할 수 없어…깊은 탄식만

김대현 전국공무원노조 수석 부본부장이 '일본 강제징용 노동자 합동추모제' 참석차 일본을 다녀 온 참관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통일위원장 자격으로 내게 2박 3일간의 일본 방문의 기회가 주어졌다.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함께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 합동추모행사”에 참석하는 연례행사에 공무원 노조 대표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2018년 8월 23일(목) ~ 25일(토) 일정이 확정되었으나 한반도와 일본에 동시에 두 개의 태풍이 올라오는 초유의 기상조건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일정표대로 가능할지 모든 게 불분명하였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한반도로 올라오는 태풍 '솔릭'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져 무사히 23일 오전 9시 김포를 출발할 수 있었다.

출발 인원의 구성은 한국노총 28명 민주노총 12명으로 구성원 모두가 산별을 대표하는 주요 현장 간부였으며 특히 격년제로 양대 노총의 위원장이 교대로 참석하는데 올해는 민주노총의 김명환 위원장이 함께하는 순서라 민주노총 간부들이 더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운 좋게도 창가에 배정된 좌석 배치를 고마워하며 2박 3일간의 일정표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1일차 교토에 있는 조선학교 방문, 2일차 세계에서 유일한 조선인 강제 연행 기념관인 '단바 망간 기념관(丹波マンガン記念館)'방문, 3일차 마이주루 위령제 참가로 되어 있었다.

1일차 (태풍으로 조선학교 방문 연기, 교토에서의 자유시간).

2일차 (깊은 산속에 옹달샘처럼 자리 잡은 조선학교, 풍신수길의 신사 옆에 조선인 귀 무덤).

 
 

실질적인 일정이 시작되는 2일차 아침, 중앙에서 준비한 선물을 들고 조선학교를 향해 출발하였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더니 원래 2일차 일정에 있던 ‘단바 망간 기념관’방문은 태풍으로 도로 유실돼 방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방문하는 조선학교도 태풍 영향으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고 교직원들만 우리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학교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습한 날씨 탓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버스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로 15분 정도를 올라가자 마치 깊은 숲속에 숨겨진 고대 유물처럼 낡은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정문인 콘크리트 기둥에는 동판으로 ‘교토조선중고급학교’라고 쓰여 있었다. 교직원 한 분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였고 미로처럼 복잡한 교실 사이를 지나 별관이라고 생각되는 조금 넓은 교실에 우리를 안내하였다.

 
 

청년 가이드의 진행으로 상호 인사를 하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님의 인사말과 교장선생님의 학교 소개 및 인사말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각 단위에서 준비해온 선물 증정식을 간단히 가졌다.

교장선생님은 본인이 조선학교의 3세대라고 말하고 현재 교직원 모두가 조선학교 출신이라고 설명하였다.

교장선생님께서 간단한 PPT를 통해, 1947년도에 개교를 하였고 현재 학생 수는 약 164명으로 매년 북으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자 일행 중 한 명이 왜 남한으로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느냐고 묻자, 교장선생님은 조선학교의 학생들 중에는 국적이 남한인 학생도 있고 북한인 학생도 있는데 북한에서는 학생들의 국적을 상관치 않고 같은 민족으로 입국을 허용한 반면 남한에서는 국가보안법 등을 이유로 북한 국적의 학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이 말이 끝나자 일행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깊은 탄식의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교장선생님은 현재 남북한의 정세가 좋아져 조선학교는 물론 재일교포 모두가 기분이 좋다고 설명하시고, 일본방송은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뉴스에 보도를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전혀 보도를 하지 않아 매일 저녁에 KBS 뉴스를 반드시 시청한다는 말씀을 하자 일행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공식행사가 끝나자 젊은 선생님 한 분이 나와 올해 개교기념일 행사에 대형 한반도기를 학교 전면에 내 거는데 오늘 오신 분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그 한반도기에 붙여 함께 내걸고 싶다고 하시고 자그마한 천에 두 줄의 문구를 써주길 제안하여 일행 모두가 기꺼이 동참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마지막 기념 단체사진을 찍고 방문 일정을 종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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