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해체하고 군 개혁 단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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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민총생산(GDP)은 독일의 절반도 안 되지만, 세계 10위의 군사비는 세계 9위인 독일 군사비의 90%나 된다. 한국은 매년 정부 재정의 약 15%를 군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2.5배나 된다. 한국의 인구 1천명당 현역 군인 수(14명)는 자국 영토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싸우는 한편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하고 있는 터키(8명)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많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남과 북은 앞으로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대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한국 군대는 평화시대의 군대로 새롭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지난 24일~2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방부는 ‘‘책임국방’ 실현을 위한 군사적 역량 확보, 국방개혁 추진’ 등을 위해 2019년 국방예산으로 올해 대비 8.6% 증가된 46조 9천억 원을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7% 증가에 이어 또다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 정세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이며, ‘판문점 선언’의 단계적 군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군에 대한 대수술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의 ‘세부자료’가 공개됐다. 자료는 67페이지에 이르며, 기존에 공개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세부 실행 계획에 해당한다. ‘세부자료’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탄핵 기각 시 사용할 비상계엄 선포문, 계엄 포고문이 작성되어 있었고, 계엄사령부 설치 위치도 정해져 있었다. 군사 작전 계획도 담겨있었다. 야음을 틈타 474개소 중요 시설, 광화문, 여의도 등 집회 예상 지역에 전차와 장갑차를 이용해 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이다. 야당 정치인 검거 계획도 포함됐다. 기무사는 여소야대 국회의 계엄령 해제 시도에 대비하여 야당 국회의원을 현행범 체포하여 의결 정족수를 미달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헌법 제77조 5항이 정하고 있는 국회의 계엄령 해제 권한을 무력화하려 한 것이다. 변명의 여지없는 명백한 내란음모 행위이며, 친위 쿠데타 계획에 다름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란 주장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계엄과 주관으로 ‘계엄시행계획’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매년 계엄 실시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기무사는 합참의 통상적인 계엄시행계획과는 전혀 다른 비밀 계획을 세운 것이다. 기무사 문건을 보면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변경하였는데, 군령권이 없는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하고 합참의장을 계엄사에서 배제한 사실만 봐도 명백한 군사반란음모가 아닐 수 없다. 기무사 문건은 비밀리에 음모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의심의 여지없는 쿠데타 계획이다.

쿠데타 계획의 문건이 폭로돼 궁지에 몰리자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항명하는 하극상의 작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기무사 간부들이 국방부 장관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는데, 현역 군복을 입은 기무사 대령이 장관의 면전에서 공방을 벌이는 황당무계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기무사의 도발은 해체 위기로 내몰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다. 악의 본거지 기무사는 해체 외에 답이 없는 적폐세력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무사 문건 폭로로 군이 시민을 향해 총칼을 겨누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사태가 더욱 위중한 것은, 나라의 주인인 시민을 지켜야 할 군이 거꾸로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여 계엄령을 선포하는 친위 쿠데타를 계획해 놓고서도 일말의 반성은커녕 도리어 적반하장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군대가 아니라, 독재자의 사냥개로 전락하여 주권자에게 총칼을 겨누는 군대는 단호하게 처벌하고 가차 없이 응징하여야 마땅하다. 5·16 쿠데타부터 시작된 군의 정치개입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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