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악화로 섬에 갇힐 때가 가장 큰 불편 …빼어난 섬 경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현장속으로] 진도군 조도에서 만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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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육지에서 사는 분들과 기본적인 생활은 다를 게 하나 없어요”
조도면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의 말이다.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진도. 그곳 팽목항에서도 배를 타고 30분가량 더 서남쪽으로 내려가야 조도에 다다른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조도는 그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섬 곳곳에서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오밀조밀한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조도(鳥島)라는 이름은 섬이 새떼처럼 많다고 해서 붙여졌다. 조도면에는 유인섬 36개와 무인섬 141개 등 총 177개의 섬이 속해 있다. 조도면 주민 3천여 명의 행정을 관장하는 조도면사무소는 조도의 섬 중 가장 큰 하조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들은 조도면 주민들 다수가 종사하는 어업, 수산업뿐 아니라 농업과 관광, 복지 등 전반적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선박을 운행하는 선장들이 이곳 면사무소에 배치된 점을 제외하면 어느 자치단체와 다를 것이 없다.

조도면사무소 직원 중 다수는 이곳 조도 출신이 아니다. 진도와 목포, 여수, 광주 등이 고향이자 거주지인 이들이 조도로 발령받아 관사에 거주하며 일을 하고 있다. 조도면사무소에는 공무원노조 진도군지부 조합원 1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24일 오후 조도면사무소를 방문한 임성대 지부장에게 지부 단체교섭을 앞두고 고충을 전달하며 교섭안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가장 불편하고 답답한 일은 날씨 때문에 섬에 갇혀서 육지로 나가지 못할 때죠. 겨울에는 심지어 한 달 동안이나 붙잡혀 있으면서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 그런 게 가장 큰 고충입니다.”
조도면에서 예산서무를 담당하고 있는 곽영신 주무관의 말이다. 그는 진도가 고향이고 가족들도 그곳에 있다.

▲ 조도면사무소에서 만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과 농촌 일손을 거드는 모습.
▲ 조도면사무소에서 만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과 농촌 일손을 거드는 모습.

“섬에 근무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못 나가는 건 그렇다 쳐도, 육지로 나갔다가 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주말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육지에 나갔는데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결항되면 또 육지에 발이 묶여 버린다는 것이다. 곽 주무관은 그럴 경우 본인의 ‘연가’를 써서 결근을 메워야 한다고 했다. “날씨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아 일터에 나오지 못한 걸 왜 개인이 연가로 책임을 져야 하냐?”고 되물으니 그는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날씨가 나쁠 것 같으면 애초에 주말에 섬을 왜 떠났냐는 거죠.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어쨌든 좀 불합리한 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고 답했다.

인터뷰 도중 누군가 “갑자기 아플 때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죠. 웬만한 병원에 가려면 목포까지 나가야 하는데…어쩔 땐 섬이 감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라는 하소연에 “괜찮아. 헬기를 부르면 30분 만에 병원에 갈 수 있어”라며 껄껄 웃는 이도 있었다. 그의 말처럼 갑자기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해경이 출동해 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경비함정과 헬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섬에서 발생하는 비상 상황의 긴박감이 느껴졌다.

문화시설과 편의 시설이 별로 없는 것도 불편함 중 하나다. 올해 2년차 공무원으로 30대인 김세인 씨도 부모님이 계신 여수를 떠나 이곳 관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퇴근 후 세인 씨는 동료들과 학교 운동장을 뛰며 운동을 하는 날이 많다.

교통의 불편이 조도면사무소 조합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였다. 이 때문에 올해 3선을 내리 당선한 이동진 진도군수는 조도대교 건설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 조도는 섬들이 새떼처럼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사진 = 진도군청
▲ 조도는 섬들이 새떼처럼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사진 = 진도군청

도서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답답하게 하는 일은 또 있다. 섬에 근무해 본 경험이 없는 공무원 중에는 섬 근무로 인해 ‘상당한’ 수당을 받는 줄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공무원인 제 친구들 중에 저더러 ‘섬에 근무하면 일도 별로 없고 수당은 빵빵하게 받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사실 섬에 근무하는 수당은 3만원밖에 안 되고 조도면 같은 경우는 진도군청의 위임 업무가 많아 다른 읍면에 비해 일이 적은 것도 아닌데요.”

지난 해 조도면사무소로 첫 발령을 받은 신규공무원인 김용욱 실무관은 교통 불편 이외에도 도서 지역 공무원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도서근무 수당은 3만원에서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많은 공무원들이 도서지역 근무를 회피한다.

광주가 고향인 김 실무관은 아직 27세의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조도에서 ‘배운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면서 농번기 때 조도면사무소 직원들이 농사일을 거들면 마을 어르신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도에 근무해보니 섬 곳곳에 예쁜 데가 굉장히 많아요. 공무원 생활하면서 2년 정도 이런 곳에 근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생을 두고 보면 언제 이런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볼 수 있겠어요?”

김용욱 실무관의 마지막 말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도서벽지 지역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그의 말로 약간 덜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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