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접하는 계기 만들어 주세요"

[2030 청년 조합원을 만나다]법원본부 인천지부 김태환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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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휘날리는 깃발, 피켓을 들고 순회하는 간부들의 모습.
올해로 입직 4년차인 법원본부 인천지부 김태환 조합원이 얼마 전까지 ‘노동조합’하면 연상되는 것은 이런 이미지들이었다. 첫 발령을 받은 등기소에서 다들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분위기라 그도 ‘별 거부감 없이’ 노조에 가입했다. 태환 씨는 평소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노조’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간간히 피켓 등을 들고 노조 간부들이 순회를 할 때에만 그에게 노동조합은 ‘인지’되는 ‘존재’였다.

▲ 법원본부 인천지부 김태환 조합원
▲ 법원본부 인천지부 김태환 조합원

“제 주변에 함께 일하는 동료 10명 중 8명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별 생각 없이’ 노조에 가입했죠. 가입 후 노동조합에서 하는 신규자 교육을 받긴 했지만 그 후로는 노동조합과 관련된 활동에 참가한 적이 별로 없어요.”

이랬던 태환 씨가 얼마 전부터 노동조합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그곳에서 만났던 또래 공무원 청년들의 모습이다.

태환 씨는 지난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제주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 청년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공무원노조는 청년 조합원들의 교류와 간부 육성, 제주 4.3민중항쟁의 역사적 의의와 평화·인권·통일 교육을 위해 이번 행사를 주최했다.

그는 이번 청년 페스티벌에 대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전국 곳곳에서 일하는 본인과 같은 청년 공무원을 만나 즐겁고 재미있었다”며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알게 되는 그 자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엔 전국에서 90명의 20~30대 청년 조합원이 참가했다. 법원본부에서는 태환 씨를 포함해 17명이 참가했다.

그는 인터뷰 다음 날인 20일, 퇴근 후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한 법원본부 청년조합원들과 만나 제주도 행사 참가 뒤풀이 겸 회포를 풀 거라고 말했다.

▲ 그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김포등기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 그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김포등기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식적인 모임 보다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임을 통해 더 노조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 행사에는 같이 가지 못했지만 이번 모임이 계속되면 다른 동료들도 한 명씩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노동조합의 저변을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본인과 같은 청년 조합원들을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거창한 ‘구호’나 당위적인 주장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개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와 닿는 활동을 노동조합이 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온 법원본부 2030조합원들은 단톡방도 만들어 계속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태환 씨는 이번에 함께 참여한 동료들끼리 “앞으로 ‘쭉’ 함께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지부 활동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면서도 태환 씨는 2015년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투쟁 때는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 지난 달 공무원노조 2030 페스티벌에 참가한 모습
▲ 지난 달 공무원노조 2030 페스티벌에 참가한 모습

“연금 투쟁할 때 노동조합이 우리 목소리를 내준다고 생각해 저도 집회에 나갔어요. 노동조합이 일반 직원들이 한 목소리 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고 법원 내부 인사나 직원들 복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으로서 할 수 있으면 함께 하는 게 좋죠”

법원공무원인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정권과 그런 재판 거래를 했다는 거 정말 심각한 문제고 창피한 일이죠. 법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어요. 수사해서 전모를 다 밝혀야 마땅합니다”
 
그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 있는 법원행정처를 아예 분리시켜야 한다는 법원 내부에서 나오는 주장에 대해서 공감한다고도 말했다.
“판사들이 재판에만 집중하고 법원행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원행정처를 아예 사법연수원과 교육원이 있는 경기도 일산 같은 곳으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로드 사이클이 취미인 김태환 조합원이 인천에서 부산까지 종주했다.
▲ 로드 사이클이 취미인 김태환 조합원이 인천에서 부산까지 종주했다.

태환 씨는 현재 인천 지방법원 부천지원 김포등기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전공인 법학을 살려 법원공무원에 응시한 그는 첫 발령을 등기소로 받은 이후 채권압류와 민사재판 업무도 맡았다. 그는 7월 초에 다시 김포등기소로 발령받아 업무를 익히는 중이다. 등기소에서 사인 간의 부동산 거래를 등기부라는 공적 장부에 기입해 주는 일을 한다는 그는 일을 통해 정보를 얻고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고 있으며 흔히들 지적하는 공직사회 수직적인 문화는 느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상관(?)들이 등기소 내에 태환 씨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주고 인터뷰 도중에 짖궂은 농담을 던지며 웃는 모습이 그의 말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스스로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유한 성격’이라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쾌활하게 웃는 씩씩한 청년의 인상을 줬다. 취미가 ‘로드 사이클’인 그는 인천에서 부산까지 6박 7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종주를 하기도 하고 또 틈틈이 짬을 내 봉사동아리에서 봉사활동도 하는 올해 33세인 열혈 청년이다. 그는 언젠가 일본을 자전거로 종주하고 미국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고향인 부천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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