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종로구지부 현인덕 조합원

"복직 못 되고 퇴직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자부심이자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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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해직 조합원 136명 중 또 한 명이 ‘퇴직’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퇴직’이 아니라 해직 상태로 정년을 맞은 것이다. 6월 30일로 ‘공무원’의 ‘직’을 마무리하는 서울본부 종로구지부 현인덕 조합원. 퇴직을 일주일 앞둔 6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조합 사무처를 찾은 그에게서 해직 공무원으로서 퇴직을 맞은 심정과 공무원노조 활동,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1991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입직한 현 조합원은 2000년 종로구청 직장협의회를 시작으로 공무원노조 창립 초기부터 적극적 활동을 펼쳤다. 그는 공무원노조 제2기 사무처 대외협력실장과 민주공무원노조 부위원장, 서울본부 정책단장과 정치통일위원장, 종로구지부 사무국장 등 노조 중앙과 본부, 지부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노동조합 간부로서 꾸준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두 번의 해직을 당한다.

“민간기업에서 일 하다가 늦깎이로 공무원이 됐는데 공무원 사회가 다른 곳보다 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존재하더라구요. 그 속에서 뭔가 인간적인 삶으로의 의미있는 변화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조직의 힘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노조를 시작했죠”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종로구지부 현인덕 조합원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종로구지부 현인덕 조합원

권위적 공직 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를 공무원노조에서 찾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노조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 한국은 공직뿐 아니라 사회전반이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공무원이 무슨 노동자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때였다.

2002년 정부와 수구 세력의 탄압에 맞서 탄생한 공무원노조는 2004년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공무원노조 특별법에 맞서 총파업을 벌인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 2500여 명이 징계를 당했고 그 중 파면과 해임으로 해직당한 조합원이 442명이다. 현 조합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파면 무효행정소송을 통해 2007년 복직되지만 2009년 MB악법저지 시국선언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임됐다.

십 수년 동안을 해직자 신분으로 보냈기에 그 무엇보다 해직의 고통이 클 것이라고 예상해 ‘해직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해직한 후 집에서 가족들 걱정도 많고 개인적으로 힘든 적도 많지만 저를 가장 크게 힘들게 한 것은 공무원노조가 2006년 갈라졌을 때에요. 조직이 쪼개지면서 극렬한 원망들이 있었고 동지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 그런 걸 지켜보는 게 참 힘들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랬기에 분열 후에 저는 민주공무원노조에 있었지만 누구보다 통합에 노력을 기울였고 상처 받은 동지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공무원노조는 2009년 다시 통합됐지만 그는 조직을 갈라놓았던 ‘갈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고 본다.

 
 

“서로 다른 노선에 대해 존중하고 잘 하는 일은 같이 공유하고 격려해야 조직이 더 크게 성과를 내고 질도 높아질 수 있어요. 서로가 노선 우월주의에 빠져 조직의 에너지를 약화시켜선 안 됩니다. 무엇보다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든 노선과 입장의 차이를 넘어서 의결단위를 거친 조직의 지침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공무원노조 출범 이래 16년 동안을 대부분 법외노조로 있었음에도 민주노조의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총파업 정신으로 무장했던 해직 동지들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비록 복직되지 못한 채 퇴임을 맞지만 그에게 공무원노조는 자부심이자 삶의 가치의 근간이다.

“비록 명예롭게 복직되지 못하고 퇴직하지만 우리의 투쟁이 정당했다는 점에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어요. 대통령 헌법개정안에서도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했지 않습니까. 공무원노조가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모진 탄압을 받으면서도 조직을 지키고 해직동지들과 함께 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일이죠.”

그는 공무원노조가 이제 ‘법내’로 진입한 만큼 공무원노동자의 권익만이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공무원노조 본연의 ‘역할’에 나설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가 이제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사회 양극화 해소, 불평등 관행 척결 등 진보진영의 다양한 가치를 높여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공무원’으로서의 마지막 4년 6개월을 지부에서 노조 활동을 하면서 ‘복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보람있었다’는 그에게 퇴직을 맞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공무원노조뿐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의 숙제인 것 같은데, 민주노조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대의원대회 같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하거든요, 그런 토론을 거쳐서 간부로 육성되는 건데 요즘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 아쉽고요, 조합원들도 조합비 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 말고 지부나 조합에서 무슨 일 하는지 관심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퇴임 후 여가 활동을 통해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를 제가 선택했고 이후 제 삶은 민주노조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살아왔지요. 퇴임 후에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 그 가치와 맞닿아 있는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란 말 속에 퇴임 후 그의 삶의 방점이 어디에 놓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16년의 공무원노조 역사와 함께했고 앞으로도 그 가치를 지켜나갈 현인덕 선배의 제2의 출발을 14만 후배 조합원의 이름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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