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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나주병원이 최우수기관? 직원 인권은 '나 몰라라'근무 중 사고 병원 측 책임 회피로 일관…병원장 퇴임 투쟁 벌여
남현정 기자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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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5  10: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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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에 위치한 국립나주병원. 나주병원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조사‧연구하는 전문기관으로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환자만 300명이 넘는 호남 유일의 국립정신병원이다. 나주병원은 행안부가 해마다 실시하는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에서 최근 3년 동안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6월 말 3년의 임기를 채운 나주병원의 최고 책임자인 윤보현 원장은 이런 평가에 힘(?)입어 병원장을 1년 더 연임하게 됐다. 하지만 운영의 효율성과 서비스 제공 등 정부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기관’이라는 성과를 낸 ‘자랑스런’ 기관장의 연임을 정작 내부 구성원들은 반기지 않고 있다. 나주병원 직원들은 윤 원장의 재임 반대 시위와 서명까지 하며 그들의 수장이 바뀌길 기대했다.
윤 원장의 재임 반대 운동을 이끈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27일 오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본부 보건복지부지부 나주병원지회를 찾아 병원장 재임을 반대하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해 11월 나주병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자해를 하려는 청소년 환자를 간호사 2명이 제어해 격리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팔이 부러진 것이다.

 “간호사가 3~4명만 있었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완강하게 버티며 저항하는 환자를 제어하기 위해 2명의 인원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이호범 지부장은 말했다. 야간 시간에 50~60인 환자가 있는 병동 한 채를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1명, 단 2명만이 근무하며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충분한 인력 지원이 안 된 것이 우선 문제라는 지적이다.

환자의 가족들이 간호사를 형사고발해 지난 5월에야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지역 언론은 병원 직원들이 환자를 ‘폭행’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노조에서는 “언론에 한쪽 이야기만 나와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다 야속한 것은 병원 측의 태도였다. 병원 측이 당시 사고를 직원 개인 과실로 치부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다. 병원 측은 관련 문제를 처리할 예산 항목이 없다고 ‘발뺌’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의 특성상 돌발적 상황은 어떤 순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환자들이 병동을 헤집고 다니거나 탈출을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 또는 스스로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보호해야 하는 정신병원 간호사들은 일반 병원에 비해 몇 배의 긴장 속에서 근무한다.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표출하는 공격들을 간호사들은 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환자에게 욕설을 듣는 일, 머리채를 잡히거나 맞아서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환자를 돌보는 과정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병원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고 현재의 병원장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그렇게 해왔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 보건복지부지부 지부장과 나주병원지회 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호범 지부장(오른쪽)과 보건복지부지부 위성광 대협부장

위성광 대협부장은 “전임 원장은 ‘어떤 일이 생겨도 내가 다 책임지니까 걱정 말고 일만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기관이 근무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안전사고의 책임을 직원 개인에게 떠넘긴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냐”며 분개했다.

이 지부장은 “당시 기관 측을 대표해 나선 서무과장이 고발당한 직원에게 ‘개인의 잘못이니 당신이 해결해야지, 난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전화했다”면서 “병원이 어떤 인식과 태도를 지녔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가 나서서 변호사를 구하고 직원 상조회가 십시일반으로 합의금을 마련해 사건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발당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기관측의 대응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문제뿐만 아니다. 윤 원장 재임 후 측근 위주의 인사 문제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직원과의 소통 없는 ‘상명하달식’ 일 처리,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노조는 전했다. 또한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병동을 폐쇄해 반강제적인 퇴원과 병동 이동이 이뤄져 국립병원의 신뢰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노조 간부 사퇴를 종용하는 등 압력을 넣기도 했다고 한다.

   
▲ 나주병원지회가 보건복지부 앞과 나주병원 입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나주병원지회

이 지부장은 기관장의 이런 독단적 병원 운영의 배경에는 성과와 실적 위주의 책임운영기관의 평가제도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기관 평가가 운영장 재임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병동과 직원 인권보다는 실적 위주의 사업에 몰두하는 것”이라며 “현재 제도 하에서는 기관장이 노조를 무시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지난 4월 직원 90명에게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기관장의 병원 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8명으로 78%를 차지했고 ‘모르겠다’ 18명, ‘잘하고 있다’는 1명의 평가 결과를 얻었다. 기관장 재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응답이 59명으로 68%나 나왔다.

지부는 조합원들의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나주병원과 보건복지부 앞에서 병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으며 기관장 재임용을 반대하는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 지부장의 지적처럼 윤 원장은 사업 위주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재임용에 성공했다.

노조는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 관계자를 만나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장관을 만나 근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병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책임운영기관장을 재평가할 때는 반드시 내부 직원들의 평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지부는 병원장에게도 면담을 요청했다. 이 지부장은 “지금까지 병원장은 무성의한 답변과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해 갈등과 불신만 키워왔다”며 “직원들의 대표 조직인 노조와 만나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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