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대 "국가의 이름으로 짓밟은 청춘"의 진실

이달의 영화 - 서산개척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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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곳에 끌려갔다. 도착하자마자 몽둥이로 맞았다. 강제로 평생 일만 했다. 도망가다가 잡히면 반죽임을 당했다. 또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강제로 결혼해야 했다. 이들이 바로 ‘서산개척단’이다”

영화 ‘서산개척단’은 5·16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가 충남 서산에 간척사업장을 만들어 ‘사회명랑화사업’이라는 미명하에 1700여명의 무고한 청년들과 부녀자들을 납치하여 강제노역과 강제결혼 등을 자행하고 폭력만행으로 최소 100여명을 사망케 하는 등 국가의 이름으로 청춘을 짓밟은 충격적인 진실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조훈 감독은 지난 2013년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대학 후배인 KBS 류일용 PD로 부터 제보를 받고 “한국 근현대사에 중요한 맥락을 가지는 사건으로 늦었지만 이제라도 알려져야 한다”고 판단해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박근혜 정권 초기에 그녀의 아버지를 고발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고 본인도 후환이 두려웠지만 직접 자신이 일을 해 번 돈으로 취재를 하는 등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기어이 영화를 완성해내는 뚝심을 보였다.

영화 ‘서산개척단’은 피해자들의 과거에 집중했다.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피해자에 대한 심층 취재를 통해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모든 걸 쏟았다.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이야기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차곡차곡 받아서 전달하고자 했다”는 이 감독의 목표처럼 그는 영화 속에서 피해자들에게 차분하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서사를 완성한다.

지난 3월 3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간재생공장의 비극 – 대한청소년개척단을 아십니까?’편에 방영되어 그 실체가 드러난 ‘서산개척단’은 방송 후 시민들이 피해자들이 겪은 참혹한 삶에 대한 보상을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방송에서 다 전하지 못한 영화만의 특별함이 있다. 영화를 보고 이들의 슬픈 역사를 치유하고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며 관객들이 피해자들의 고된 여정에 동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5년 간의 심층취재와 세련된 촬영, 장르적 스토리텔링,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웅장한 OST 등으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 ‘서산개척단’은 지난 3일 개막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 24일 전국에서 개봉하여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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