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최저임금 개악, 청와대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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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올해 1분기에 소득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 계층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위 20% 계층이 한 달 평균 128만6700원(2인 이상 가구)을 벌어들이는 동안, 상위 20% 계층은 1015만1700원을 벌었다. 소득 5분위 배율이 5.95배에 이르러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로 확대됐고 소득불균형이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로 확대됐다는 발표가 나온 이튿날 25일 새벽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월 정기상여금과 매월 지급되는 식비·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악이다. 그리고 이 개악안은 노동단체와 민중진영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끝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저임금 노동자의 유일한 임금상승 버팀목인 최저임금 제도가 망가진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봐야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사용자가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상여금을 월 단위로 쪼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을 수 있도록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가능케 하는 특례조항까지 삽입됐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노동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가 훼손됐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94조 1항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노동자의 분통을 터뜨리게 만드는 것은 집권여당 민주당의 태도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야 기대할 것도 없는 한통속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최저임금법 개악에 총대를 멘 민주당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언론에 떠들어댔다.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 모른다. 우리 사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전체 노동자 1900만 명 중 양대 노총은 200만 명에 불과하다.” 노동자와 민주노총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이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최저임금법을 개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대통령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빠져있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 현안에 대하여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언반구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며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최저임금을 개악했는데, 왜 청와대는 가타부타 말이 없는가?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자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으나, 그것이 노동자·민중의 삶을 개선하는 데로 이어지려면 한참 걸릴 터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확대되는 소득격차에서 드러나듯이 노동자의 생활형편은 개선이 아니라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민주 정부 아래서 만일 시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민중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이 약화되고 민주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집권 초기에는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한때 잘나갔지만 집권 중반 이후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여야의 자리가 바뀌었을 뿐 노동자·민중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청와대와 민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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