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새내기 " 2년전에 노조에 관심 없던 그녀가 지금은..

[2030청년조합원을 만나다] - 서민지 광주본부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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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마다 5월이 되면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광주를 찾아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서민지 광주본부 청년위원장을 만났다. 서 위원장은 대학 졸업 후 4년 동안 노인복지기관 등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가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지난 2013년 사회복지직으로 임용된 입사 6년차의 공무원이다.

사실상 새내기 공무원에 가깝지만 서 위원장은 만만치 않은 직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광주본부 남구지부 사무국장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노동조합에 1도 관심이 없었던 그녀가 어떻게 이리 빨리 일취월장(?)할 수 있었을까?

“노조 활동이라곤 연금투쟁과 총궐기 투쟁에 남들 다 서울 갈 때 따라간 것이 전부였는데, 2016년 6월경 남구지부 사무차장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노조에서 같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독서도 하는 소모임을 만드는 데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 라고...

워낙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 좋아하고 평소 활달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는 그때 별 생각 없이 ‘OK’ 하고 말았다며 매우 억울해(?)한다. 그 후 6개월간 4명의 동료들과 함께 여행하고 책 읽고 토론하고 집회에 들러 숟가락도 살짝 얹어보면서 세상에 조금씩 눈뜨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6년 겨울, 소모임이 끝날 무렵 지부장님에게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았다. “어려운 부탁인지 알지만 민지 씨가 남구지부 사무국장을 꼭 맡아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6개월을 함께 하며 즐겁고 보람 있었던 기억, 노조사무실에 들릴 때면 늘 사무차장님과 두 분이서만 열일 하시던 지부장님의 짠한 모습, 난 잘하는 것도 능력도 없는데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이런 제안을 하실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다보니 지부장님의 간곡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무국장을 수락한 뒤 그 어렵다던 운영위원 구성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함께 6개월간 동고동락했던 소모임 구성원들이 동료애와 무한 책임을 느꼈는지 모두 운영위원을 결의하여 남구지부 역사상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한다.

임기를 시작한 2017년 1월부터 남구지부는 파죽지세로 사업과 투쟁을 진행하며 일약 광주본부에서 제일 잘나가는 지부로 떠오른다. 막말과 회칼 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5선의 구의원을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으로 ‘사퇴’시키는 쾌거를 이루고, 전국 최초로 지부 차원의 ‘2030청년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공무원노조 청년사업의 모범을 전국에 전파한다. 이외에도 전 조합원이 참여한 노동교실을 진행하고 공무원총궐기 등 전국 단위의 투쟁에서도 광주본부 6개 지부 가운데 압도적 참여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등 눈에 띠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7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30청년캠프에 참가한 광주 남구지부 청년조합원들
2017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30청년캠프에 참가한 광주 남구지부 청년조합원들

“30여명의 남구지부 청년조합원과 함께 전북 무주에서 1박 2일 동안 행사를 했는데 청년들의 숨어있는 끼와 열정, 하나된 힘을 확인했던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그 때 받았던 에너지가 ‘하면 된다’는 긍정의 힘이 되어 어렵고 힘들 때 마다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다부짐이 느껴진다.

“이제 공무원노조 활동 한지도 한 3-4년 됐지라?” 주변에서 서 위원장을 보면 자주하는 말이다.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워낙에 동분서주하며 역동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얼굴이 되어 사람들에게 ‘시간의 착각’을 불러올 만큼 그녀의 성장은 눈부셨다.

 
 

게다가 지부 사무국장 업무도 벅찰 텐데 올해 신설된 광주본부 청년위원장까지 맡았다. “누군가 제안을 하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그녀의 성격이 ‘일 폭탄’을 안겨주는 듯하다. 광주본부 청년위는 현재 지부 청년위 구성과 광주본부 ‘2030청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부 청년위 구성은 6개 지부 중 1개 지부를 제외하고 구성을 완료했고 전남 구례에서 진행될 ‘2030청년캠프’도 현지답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서 위원장에게는 늘 풀리지 않는 하나의 고민이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씩씩하게 노조 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부족하고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는 노조간부 2년차 답지 않은 고민은 잠시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서른 살이 넘도록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해 아마도 신혼여행이 첫 해외여행이 될 것 이라 생각했다는 그녀는 작년에 5박 7일간 스위스에서 열린 PSI총회에 공무원노조 대표로 참석하는 행운을 누렸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산 넘고 물 건너 고생 끝에 참여한 총회였고 일정 내내 알아먹기 힘든 통역기에 의지하며 회의만 하다 온 것이 전부였지만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가진 세계의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토론하고 공유하며 결의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한다.

이제 32살의 미혼인 그녀는 아직 애인이 없지만 나이에 쫓겨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고 싶지 는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님께 미운 털이 하나씩 박혀간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며 ‘해피 바이러스’를 무한 전파하는 ‘활기찬 민지씨’를 공무원노조는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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