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와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상의 부담을 털어내고 낯선 땅에서의 여유로움 만끽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에게 유럽 배낭여행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 속의 이상같은 것이었다. 6년간 겪어온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소중한 가족이 생겼고 우리는 좀 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이들없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떠날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자유와 홀가분함이 그리웠다. 때문에 막상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할까. 먼 길을 떠나는 우리에게는 그 순간마저도 집에 있는 가족, 직장 등 남겨진 것들에 대한 걱정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구글맵과 블로그 덕분에 더 이상 유럽 배낭여행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언어의 문제는 우리의 발랄한 제스처와 바디랭귀지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함께하는 구성원들도 완벽했으나, 생각지 못한 복병은 의외로 날씨였다.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스페인이지만, 우리 일정 동안 날씨예보는 늘상 비구름이 함께였고 심지어 너무 추워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유럽에 대한 동경은 우리보다 나은 시민의식, 낯설지만 웅대하고 세련된 건물과 풍경, 편견없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알려진 사실때문이지만 의외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빨간 신호등에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길에서 서슴없이 담배를 피는 애연가들, 일부러 목적지까지 돌아가는 택시기사들, 저변에 깔린 인종차별...그네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다른 나라를 약탈하며 이루어낸 위대한 문화유산이 도시곳곳에 장엄하게 자리잡은 덕에 미래에 대한 큰 걱정이 없어 여유롭고 느긋해 보인다는 점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나라임에는 틀림없으며, 의외로 낯선 곳에서의 평범했던 순간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좁고 어지러운 골목길을 벗어나 세비야 대성당이 훤히 보이는 거리에서 느껴지던 흥겨움과 그때의 오렌지 나무 향기, 비오고 흐린 날에 우연히 들어간 말라가의 한 카페에서 먹었던 달콤한 츄러스의 맛과 주인의 따뜻한 미소, 피카소 미술관 뒤쪽 골목길에 빨간 꽃이 어우러진 야외테라스 식당에서 길거리 음악가들이 함께하던 그날의 점심식사와 분위기..

즐거웠지만 힘들기도 했던 배낭여행은 나 홀로이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였기때문에 "모든 순간이 좋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낯선 길이 익숙한 것처럼 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라는 존재가 곁을 채워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허점투성이였기 때문에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순간이 의미있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서로에게 살면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일거라고 믿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여행하는 와중에 얻는 모든 생경한 느낌과 경험..이것이 배낭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