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병력에 막힌 일본영사관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향후 대응 계획 중

"노동자상 지킴이 활동으로 일본책임 촉구 계속해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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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5.1절 노동자대회와 강제징용노동사장 건립대회가 끝난 후 집회 참가자들이 '평화로운 행진을 보장하라'며 외치고 있다.
▲ 부산 5.1절 노동자대회와 강제징용노동사장 건립대회가 끝난 후 집회 참가자들이 '평화로운 행진을 보장하라'며 외치고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가 노동절,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옆에 세우려는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하지만 부산운동본부는 노동자상 지킴이 활동을 통해 일제 침략의 역사를 알리고 일본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운동본부 상임대표인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경찰이 아무리 막아도 우리의 민족혼은 죽지 않는다”며 “노동자가 앞장서서 친일 적폐를 청산하고 자주권을 회복, 노동자‧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운동본부는 1일 오후, 노동절 대회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대회를 잇달아 개최한 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나란히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영사관 주변 도로와 인도마저 봉쇄한 경찰 병력에 끝내 가로막혔다. 경찰은 이날 39개 중대 2,500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운동본부는 노동절 하루 전날인 30일 오후 10시 30분께부터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영사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정발 장군 동산 인근으로 옮겨와 영사관 앞 이동을 시도했다. 운동본부 회원들은 이를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밤샘 대치를 벌였지만 노동자상은 영사관 후문의 인근 건물 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에서 100미터가 넘는 도로지점에서 개최된 세계노동절대회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대회에는 부산지역 노동자와 시민 5,000여명이 참석했다.
▲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에서 100미터가 넘는 도로지점에서 개최된 세계노동절대회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대회에는 부산지역 노동자와 시민 5,000여명이 참석했다.
▲ 집회 참가자들이 노동절 대회에서 율동을 함께 하는 모습
▲ 집회 참가자들이 노동절 대회에서 율동을 함께 하는 모습

128주년 세계노동절기념 부산 노동자대회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대회는 1일 오후 2시부터 일본영사관 앞에서 100미터가 넘는 도로에서 5천여 명이 참가하며 시작됐다. 대회가 끝난 3시 50분께 집회 참가자들은 정발 장군 동산 앞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나 그 중간에 놓인 일본영사관 앞을 몇 겹으로 에워싼 경찰 병력을 넘지 못했다.

“평화적 이동을 보장하라”는 집회 참가자들의 외침에 부산 동부경찰서는 확성기를 통해 “일본영사관 앞 100m 이내는 집회 금지 장소라며 이를 어길 시 처벌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행진마저 가로막힌 부산운동본부는 오후 4시 50분께 지하도 등 우회로를 통해 다시 정발 장군 동상 앞으로 모여 해산 집회를 갖고 이날 대회는 마무리했다.

해산 집회에서 김병준 노동자상건립특위 집행위원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학살을 당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양심이 있나”라며 “위안부 할머니, 강제징용된 할아버지들께 너무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퍼포먼스가 이날 집회 무대에서 진행됐다.
▲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퍼포먼스가 이날 집회 무대에서 진행됐다.
▲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부산운동본부는 일단 경찰의 강제징용노동자상 철거 시도를 막는 활동에 주력하면서 향후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영사관 앞이 아니라 남구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앞 등도 설치 장소로 거론되고 있으나 운동본부 측은 “일본영사관 앞이 아닌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영사관 앞 노동자상 설치에 대해 ‘원천 불가’ 입장이지만 동구청은 “현재까지 철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운동에서 부산지역 공무원 노동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영사관 앞은 도로관리법상 부산 동구청 관할 구역이다. 이곳에 노동자상을 세우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구지부는 동구청이 노동자상을 세우는 일에 협조하고 노동자상을 철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청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다.

▲ 행진이 가로막히자 시위대가 '친일경찰'이라고 외치며 경찰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 행진이 가로막히자 시위대가 '친일경찰'이라고 외치며 경찰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 일본 대사관 앞을 에워싼 경찰. 이날 2,500명의 경찰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대사관 앞을 에워싼 경찰. 이날 2,500명의 경찰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 부산본부 박정호 동구지부장은 “노동자상 건립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노동절에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세우는 일이 무산돼 너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동구지부가 노동자상 지키는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적폐청산운동본부에 소속된 공무원노조 박중배 부산본부장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번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운동에 부산본부도 함께 했다”며 “부산본부 전지부가 이번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모금과 선전 활동, 1인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옆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를 위해 부산운동본부는 지난 해부터 모금 운동을 통해 1억 7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또 9월 1일부터 8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본 영사관 앞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이날 대회 후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힘찬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 이날 대회 후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힘찬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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