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클래식

스페인 민속풍의 춤곡 ‘볼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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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클래식 작품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이라고 할 수 있는 ‘볼레로’는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이 러시아의 무용가 이다 루빈스타인의 의뢰로 1928년(53세)에 작곡하였다.

라벨은 드뷔시, 포레와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그러나 라벨의 음악은 단순히 인상주의 음악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고전적인 특징도 가지고 있다. 명료한 선율, 규칙적인 악절과 형식의 활용은 드뷔시의 몽환적인 작풍과 차이를 보인다. 스페인계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스페인 문화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반영한 개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볼레로’는 원래 18세기 스페인 민속 무용의 한 형식으로 캐스터네츠로 리듬을 반주하는 춤곡이었다. 하지만 라벨의 ‘볼레로’는 명확하게 이 형식을 따르고 있지는 않고 다만 이국적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이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빈스타인이 의뢰한 춤의 내용은 술집의 탁자 위에서 무용수가 홀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다가, 격하게 고조되는 리듬과 춤의 역동성에 동화되어 손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무용수와 같이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은 북과 비올라, 첼로의 피치카토가 긴장감 넘치는 독특한 리듬을 연주하고 나면 그 위로 두 개의 주제가 겹쳐지며 흘러나온다. 이 동일한 조의 주제가 동일한 리듬을 따르면서 악기 편성을 바꾸며 느리게 고조된다. 하나의 리듬과 두 개의 주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롭게 이어지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반복되며, 약한 음에서 출발하여 결말의 폭발적인 관현악 총주에 이르기까지 점증하는 크레센도의 매력이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낸다.

‘볼레로’가 대성공을 거두자 라벨은 오히려 놀라고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단순히 실험이었으며 음악이 아닌 관현악적 조작일 뿐이라고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사실 주제의 제시-전개 및 발전-재현이라는 기본적인 법칙을 파괴하고 멜로디의 발전이 아니라 음색의 다양성에서 변화를 찾았다는 점에서 라벨의 변명에도 일리가 있다. 이 곡을 들으며 오래전 개봉한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라는 영화를 떠올린다. 이 곡의 마지막 장면은 라벨이 추구했던 크레센도의 법칙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처음에는 세르게이 혼자 춤을 추다가 음악이 진행될수록 무용수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간다, 그러다가 드디어 무용수 전체가 춤을 추고, 피날레의 파국적 일성과 함께 모든 무용수가 무대 위에 몸을 던진다. 그렇게 영화의 원제인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들` 이 하나가 된다.

“나는 단 하나의 걸작만을 썼다. 그것이 볼레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곡에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 모리스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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