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종식과 평화 이행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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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교육연구소 이의엽 소장
▲ 민중교육연구소 이의엽 소장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5월로 예고돼 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기절초풍할 외교회담’(CNN)으로 보도된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워낙 메가톤 급이어서 그렇지 남북 정상회담도 보통 이벤트가 아니다. 이 연쇄 정상회담이 국내 정세와 한반도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으면 주체적으로 정세의 변화를 주도하기는커녕 객관 정세의 변화를 뒤따라가기도 급급한 상황이다.


과거 회귀의 망상에서 헤매고 있는 수구보수 세력의 신세는 딱하고 가련한 지경이다. “평창 쇼가 끝나고 나면 김정은의 핵 놀음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부딪칠 일만 남았다.”는 비난과 조롱을 일삼던 저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했다는 소식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친미공조를 금과옥조로 읊어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망신을 당한 셈이다.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진 나머지 ‘아니면 말고’ 막말대잔치를 늘어놓고 있다. “트럼프가 너무 즉흥적이다.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트럼프의 행보를 걱정스러워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아무 준비도 없이 북한과 마주 앉아서는 위험하다.” 급기야 박지원 의원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세계에서 아베 총리와 홍준표 대표만 반대했다. ‘홍아베’다.”라는 힐난을 듣는 망신을 당해야 했다.

필자는 지난 칼럼들에서 전환기의 도래를 예고하면서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었다. 이미 진작부터 예고했던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므로 현재의 정세에 대한 해설을 더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급변 정세의 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변화의 동력을 정확히 인식해야 앞으로 전개될 정세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주체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의 변화 동력에 대하여 여러 해석과 주장이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미국과 국제 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재와 압박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전인수의 해석이다. 대북제재가 성공했다면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거나 아니면 핵 도발의 대가로 북한 경제가 궁지에 몰려야 맞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핵 능력을 고도화시켜 마침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으며, 북한 경제는 침체는커녕 되레 안정되고 성장하는 추세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개혁을 통하여 농업생산력이 50% 정도 증가하였고, 내수산업도 빠른 속도로 회복돼 경제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이다. 북한을 방문해 보니, 과연 사상 ‘전례 없는 제재’를 받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생기가 돌았고 경제가 상승세를 탔다는 것을 도처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북제재는 실패했고, 제재를 통한 북한 굴복은 희망고문일 뿐이다.

둘째는,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치적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운전석’에 앉았으며, 그 바탕에는 2016~2017년 촛불혁명의 거대한 힘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김상준 경희대 교수는 “오직 대한민국 민의의 가히 혁명적 변화, 그리고 그러한 민의를 충실히 받드는 새 정부의 출범만이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킬 힘으로 작용했다.”고 역설한다. 주관적 착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에,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12월에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도 “북한 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남북대화는 북한 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하기도 하였다.

셋째는, 북한이 전향적으로 움직인 것이 주요 동력이라는 주장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자신들의 계획된 일정에 맞춰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해석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북한의 김여정 특사가 청와대를 방문하여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여건’이란 북핵 문제 해결의 전망이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안 그러면 국민정서나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다. 결국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이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한이 모종의 변화에 대한 언질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켜 작년 11월 29일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상호확증파괴(MAD)의 핵 억지력의 카드를 활용하여 대남, 대미 협상을 공세적으로 펼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 카드로 평화협정도 끌어낼 수 있고, 북‧미 수교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마침내 65년 정전체제의 끝이 보인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은 정전체제가 종식되고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물론 안정적인 평화체제로 접어드는 길은 순탄한 여정이 아니다. 불안 요소와 암초가 한둘이 아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과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한‧미, 그리고 국제 사회의 제재는 그대로 지속될 것이다. 숱한 고비와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가야 하므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하지만 평화체제로 향하는 도도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다. 희망의 봄에 평화의 봄바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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