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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 태백에 뼈를 묻고 싶어요"[기획, 청년 공무원을 만나다] 공무원노조 강원본부 태백시지부 권창근 조합원
남현정 기자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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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8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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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탄광촌, 점점 쇠락해 가는 고향 마을을 보면서 소년이 꿀 수 있는 유일한 꿈은 그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20대 청년이 된 소년은 정말로 태백을 떠났다. 하지만 ‘태백만 아니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떠난 외지에서의 생활은 소년의 바람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는 부도가 났다. 30대가 된 그는 씁쓸함을 뒤로 한 채 십년 만에 다시 고향 태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기에서 마지막까지 가자”는 심정으로 공무원이 되었다.

태백시청 건설교통과에서 운전직으로 근무하는 권창근(37세) 조합원. 그는 그렇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와 공무원이 되어 삶의 안정을 찾았다.

창근 씨의 업무는 태백시의 ‘도로 관리’다. 교통 사고나 도로에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차량이 제대로 운행할 수 있도록 도로를 ‘원상복구’하는 게 주요 업무다. 겨울철 도로 제설 작업이나 도로 낙석을 치우는 일도 그의 몫이다. 20일 오후, 창근 씨를 만나러 간 태백시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 공무원노조 강원본부 태백시지부 권창근(37) 조합원

“태백엔 4월까지 눈이 내려요. 심지어 5월에도, 어린이날에 눈이 온 적도 있었답니다”

해발 800미터에 위치한 태백은 창근 씨 말처럼 눈이 오래, 많이 내린다. 어린 시절 30센치, 40센치까지 쌓이는 큰 눈이 오면 학교를 안 가도 돼 좋았다며 웃는 그는 이제 도로에 눈이 쌓이면 쉴 수가 없다.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제설차를 끌고 도로로 나가야 한다. 제설 작업을 하느라 24시간 넘게 근무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제가 하는 일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요. 오히려 일 처리가 안 됐을 때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신속히 끝내기 위해 신경쓰고 있어요”

밤낮 없이 비상근무가 잦고 또 육체적으로도 피로한 고강도의 업무가 요구되는 등 격무가 많아 창근 씨가 소속된 건설교통과는 ‘기피 부서’다. 그러나 창근 씨는 일에 대한 ‘불평’보다는 ‘자신의 일’임을 강조했다.

“근무 형태가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힘들지만 제가 맡은 일이니 책임져야죠”
그는 자신의 업무가 힘들다는 것을 동료들도 알아주고 또 ‘공무원이니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라’는 선배 공무원들의 말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듣는다고 말했다.

   
▲ 권창근 씨는 종종 제설작업으로 밤새 차량을 운전하는 일이 잦다. 사진 = KBS 뉴스 자료화면

공무원으로서 맡은 일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창근씨지만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바로 ‘노동조합’ 활동이다. 창근 씨는 2011년도 공직 입직과 동시에 노조에 가입했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태백시지부 선전부장과 조직부장을 맡으며 노조 활동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았다.

“거창한 노동의식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고요, 노조에서 하는 일에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 거 같아요”

창근 씨가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활동에 동참하게 된 것은 그의 부친의 영향이 크다. 창근 씨의 부친은 태백시지부에서 두 번이나 지부장을 역임한 권임석 전 지부장이다.

창근 씨는 또래나 신입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에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젊은 공무원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요. 노동조합 활동을 하나 하지 않으나 본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나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

   
▲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권창근씨는 노조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창근 씨는 신입 공무원들이나 후배 공무원들에게 술을 사주면서 “노조에 가입하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 배우는 것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이 생긴다”는 말로 노조 가입을 “꼬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거창한 말이나 당위로 노동조합에 가입을 권유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보낼 개인 시간이 많지 않지만 짬짬이 낚시와 여행을 즐긴다는 창근씨에게 공무원으로서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일단은 앞뒤 안보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한 뒤, 한 십년 쯤 뒤에는 캠핑카를 구입해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권창근 조합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고향을 지키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지역 청년 공무원의 모습을 보았다. 새로운 관광도시로 재도약을 꿈꾸는 태백시처럼 창근 씨가 고향 ‘태백’과 함께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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