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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없이 민주주의는 없다"이제는 적폐청산】 ⑩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 인터뷰
글·사진 = 정지현 기자정지현 기자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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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2  13: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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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여성들에게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모든 제도나 관습, 인습을 없애고 남녀의 평등한 인격관계 수립으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는데 그 목적이 있다” -창립취지문- 중에서

   
▲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 여성의 전화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 198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운영하는 크리스찬 아카데미를 수료한 여성운동가들이 남편들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위해 상담활동을 시작하면서 1983년 6 월 11일 창립했다. ‘25세여성조기정년제철폐’를 위한 활동을 시작으로 1987년에는 국내최초 가정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쉼터를 개설, 2006년부터 여성인권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 성문제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성평등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과 캠패인, 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 또한 발의하고 있다. 전국에 25개 지부가 활동하고 있으며 상담소 32개,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쉼터 10 곳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최근에는 보호와 치유 중심의 피해자 지원이 아닌 자립의 관점에서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립지원 프로그램 ‘당신곁에 뷰티풀 라이프’를 진행 중이다. 낙태죄 폐지, 군대 내 성폭력 근절, 성차별적 여성 폭력 사건처리 개혁, 차별금지법 제정 및 성평등 정책 추진 운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8명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출판해서 전국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2 가장 많은 고충이나 상담 내용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달라.

 

● 70% 이상이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부분은 데이트폭력, 헤어진 남자친구나 남편의 스토킹이다. 이 외에는 직장 내 성추행과 성폭행이 주된 상담이다. 전문적인 상담가들이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상담하고 있으며 본인이 원하는 경우 직접 방문하여 주기적으로 상담을 진행 한다.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이주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이에 해당하는 여성들의 경우 에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쉼터에서 보호한다. 1988년 강간범의 혀를 자른 피해여성은 과잉대응이라는 이유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결국에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과정에서 여성은 언론에 노출되었고 결국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수십년간 가해지는 남편의 폭력에 남편을 살해한 경우 외국의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떠나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하다. 가정폭력이란 문제가 ‘사소’하지 않고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와 정책이 바뀌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1991년 구타 한 남편을 살해한 여성은 당시 임신4개월이었고 맞아서 장이 파열되고 아이를 사산했다. 여성은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으나 여성의 전화의 적극적인 구명운동으로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비록 무죄석방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정당방위로 규정 한 최초의 구명운동이었다.

 

3. 요즘은 성폭언 성추행 사건들을 보면 꼭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일들이 많다. 1995 년 <폭로>라는 영화를 보면 여성상사가 성희롱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다들 처음에는 믿지 않죠.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되지만…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지 않을까?

 

● 이미 한국에서도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방 봉제공장에서 근무하던 남성이 여성 선배들에게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있다. 군대내 성추행, 여교사의 학생 성추행, 여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아주 다양한 사례가 있다. 결국은 권력관계 안에 서 약자에게 일어나는 일인데 성추행 성폭행 사건에서 90% 이상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4. 서지현 검사의 검찰내 성추행사건 폭로이후“ ME TOO”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사건들이 줄줄이 폭로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너무 긴 시간동안 많은 여성들이 ‘성’에 대한 차별을 받아왔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조직과 집단으로 공동체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드러나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는 그간 피해자 당사자들이 예전엔 수치로 알았던 성적문제를 공론화 자리로 만들어 가며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 시켜가는 과정의 형태가 “ME TOO” 운동이라 본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력 관계, 상하관계, 갑을관계, 직급의 관계 속에서 개인과 개인의 신뢰관계는 이미 깨졌고 불신의 관계들이 실제 조직 내 불안을 가져올 수 있으나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끼리의 조직관계에서 발생한 권력구조에 균열을 내는 과정이라 본다.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증가 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언과 폭행 또한 증가 했다. 예전에는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제 도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몸부림이다. 내가 잘못해서 당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 당신의 잘못이라 는 것을 이제는 말해야 할 때라고 여성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한국사회의 병폐 중의 하나인 여성에 대한 차별, 추행 등을 이제는 감추지 않고 ‘내’ 가 말해서 이제는 드러내놓고 까발려야 한다. 그리고 이후 법률적인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지 않게 국가가 구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5. 2013년 OECD 양성평등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16위 한국은 31위에 미친다. 2014년 세계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른 142개국 가운데 한국은 117위이다.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사회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은 성평등에 서 있어서는 하위국가이다. 그 이유와 대안은 무엇 이라고 생각하는지?

 

● 2014년이면 박근혜 정권시절이다. 이 때는 여성정책 자체가 없었고 ‘불쌍한’ 여성을 도와준다는 새마을운동식의 방식이었다. 여성 가족부 장관 또한 조윤선이었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에 남아선호사상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녀를 생산해 내는 도구를 여성으로 바라본 다면 자녀의 생산에 씨는 남성이 뿌린다는 성차별적인 것들이 조상대대로 맥을 이어 온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여성들이 ‘자기 말하기’가 우선 되어야 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ME TOO”운동이 ‘자기 말하기’형태이다. 그러나 ‘자기 말하기’에서 사회적으로 들어줄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들어줄 사람이 없어도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담론을 생산해 낼 것이라는 것은 의심치 않는 다. 다만 성평등에서 하위국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또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이 노력은 가정 안에서, 내가 만나는 나와 성이 다른 사람, 직장 내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내가 말하는 습관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없는가? 라는 자기 자각성이 기초되어야 한다.

 

6. 얼마 전 노르웨이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인터뷰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힘들지 않았냐? 하 는 질문에 근처에 있던 남편을 불러 직접 답하게 했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적성에 맞지는 않았다며 웃으며 넘어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성정치인, 여성배우,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일과 육아, 가사 등의 고충에 대해 물어보면서 남성들에게는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사회에서는 성평등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 의견은?

 

● 폭력행위에서 가해자들의 변명은 세계 어느나라나 똑같다. ‘반찬이 이게 뭐냐’, ‘홧김 에...’, ‘사적이고 사소한 다툼에서’, ‘피해자 가 잘못해서’ 등 우발적 범죄로 인정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권력 분배의 수준과 정도의 차이이다. 눈에 띄는 지표들을 보 면 여성의 역할 분배 정도를 보면 알 수 있 다. ‘2016 아시아·태평양 세계기업여성임원 보고서’에 따르면 아태 지역 주요 20개 국 1557개 상장 기업 이사회의 여성임원 비율은 12.4%로 나타났다. 호주의 100대 상장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7.2%, 뉴질랜드는 19.3%를 기록해 1, 2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은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긴 노동시간과 여성에게 육아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문화, 그리고 기업의 뿌리 깊은 성차별적 규범 등 이며 특히 한국의 경우 혈연 지연 학연 등 독특한 문화도 한 몫을 할 것이다. 2015년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15명, 남성 15 명 동수내각을 구성했다. 문재인대통령은 내각구성에서 여성할당 30%를 채운다고 약속했는데 겨우 채웠다. 하지만 청장급은 11.8%, 차관은 8.7%, 고위공무원은 7.1%, 4급 이상은 13.5%이다. 2016년 기준으로 20대 국회의 여성 비율은 17%, 30대 이하 비율은 1%(3명), 대학 졸업 이하 학력은 6명뿐이고, 장애인이나 이주민, 성소수자는 한 명도 없다. 반대로 남성은 83%, 전체 의원 300명 중 2/3 이상을 차지한다. 정당의 경우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과 같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남성들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의사결정기구 자체에 남성들이 편파적으로 집중되어 있는데 여성을 위한 정책이나 법안이 나올 수가 없는 현실이다.

 

7.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는 주 55시간의 법정 노동시간 준수,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를 둔 부모에게 근로시간단축제 유연근무제 도입, 단계적 남녀 동수 내각 구성, 성 인권 감수성 성장, 성별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 수립, 육아휴직급여 인상,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의 아동기준 40% 확장, 젠더폭력방지기 본법제정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가?

● 시간상 정부의 여성정책을 평가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서는 여성정책에 관한 자문에 있어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스토킹범죄처벌법, 젠더폭력방지기본법 등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기본법 제정에 있어서 여성의 전화를 비롯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주여성인권단체 등 여성 단체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종합 계획’을 발표, 공공부문에서 여성 고위공무원과 임원을 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이 본인 스스로를 페미니시트 대통령이라고 지칭한 만큼 성과를 만들어내 길 바란다.

 

8. 문재인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 솔직히 바라는 것이 없다. 왜냐면 별로 기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평등’이 민주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있는지 깨달았으면 한다. 요즘 개헌논의가 한참인데 성적 불평등 지점을 지적하고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 없다’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논의했으면 한다.

 

   

▲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와 가정폭력상담소, 성폭력상담소, 쉼터 한국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 4개의 부설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 피해여성들을 보호하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마련한 일대일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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