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져서는 안 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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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지부 박해순 현장기자
▲ 영등포지부 박해순 현장기자

영등포구청역에서 환승을 하던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영등포구청역 무슨 공사해요? 깜짝 놀랐어요 정신이 없던데요!“

“아니 무슨 공사? 안하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오늘 아침출근길에도 못 본 것 같은데 무슨 공사일까? 잘 모르겠다. 궁금해서 퇴근길에 역사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기둥들을 보고 공사 중이라고 했구나! 지하철역 내부 공사를 여름철에 시작했으니 적어도 4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빙글빙글 곡예단이 온 것 같았고 빠르게 걸을 때는 부딪칠까봐 조심스러웠다.

답답한 기분도 들었고 공사기간이 얼마나 걸릴까? 불편하고 심란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출근길에 이 기둥들을 보면서 별다른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딸이 구청역이 공사 중이냐고 물어봐도 특별한 기억이 없어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그 존재조차도 못 느낄 정도로 세월이 지나면 이렇게 쉽게 익숙해 질수 있는 걸까?

IMF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처음 생겼을 때는 이런 불편함과 심란함이 많았다. 같이 동료로 일했던 청소직 공무원들은 한 분 두 분 정년퇴직하면서 정규직자리가 없어졌다. 청소하는 직원은 새롭게 용역회사의 파견직 직원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한 건물에서 일하지만 같은 직원이라는 소속감이 들지 않는다.

아파트의 경비원들도 마찬가지다. 경비원 본인의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다니던 예전과는 달리 용역회사의 계약에 의해서 수시로 바뀌게 되었다. 같은 분이 근무해도 회사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현재의 비정규직 업무의 대부분은 IMF 경제 위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 차별도 없는 정규직 업무였다. 물론 조직 내에서의 업무가 핵심 업무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같이 수행해 왔는데 몇 번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비정규직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제는 공공기관이나 일반회사에서도 핵심업무가 아닌 급식이나 청소업무는 물론 동일한 핵심업무를 보는 직원까지도 파견이나 위탁으로 업무를 보게 하고 계약기간을 정하여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IMF경제위기를 겪은지도 20년이 되었다. 20년 동안 이제는 불편함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비정규직 사용을 남발해 왔다. 파리바게뜨가 제빵사의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불법파견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동계는 전통적으로 차별없는 정규직화를 즉 IMF이전의 원상회복을 주장한다. 사용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이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 팽배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식은 ‘직무급제 방식의 정규직화’라고 표현했다. 그야말로 노사정의 대화가 절실한 때가 온 것이다. 극한 대립으로 어긋나지 말기를 바랄뿐이다. 비정규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으뜸 적폐이고 길게는 경기부진, 사회적 불신과 갈등 그리고 인구절벽을 낳은 주범이 확실하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함께 행복하게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정규직화를 위해서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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