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어선 포착되면 잠도 못자고 전원 출동해야

제주 남해어업단 박은선 주무관의 365일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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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바람은 제주, 가만히 서 있으면 날아갈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던 날 29살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앳된 박은선주무관을 만났다. 박주무관은 목포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컨테이너 운반 상선에 3년 정도 일을 했다. 6개월은 바다에서, 육지로 돌아오면 2개월 쉬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 생활을 3년을 하고 2항해사로 퇴직을 했다. 고향은 부산인데 대학 때부터 타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부모님 근처에서 살고픈 마음과 이제는 바다보다는 집에서 출퇴근하고픈 마음에 선박항해직렬 9급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제주보다는 부산 발령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제주 남해어업단에 오게 되었을 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실망했다. 더군다나 학교 다닐 때는 전원 기숙사생활을 하게 되어 있어서 늘상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외롭거나 쓸쓸함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제주에 와보니 혼자서 관사생활을 하고 사무실과 관사만 오가다 보니 힘들고 외롭다. 제주에 발령을 받고 온 첫날은 날은 무지무지 추운데다가 낯선 곳에 혼자 있다 보니 가족 생각을 하면서 엉엉 울었다. 1년여 지나다보니 주말에는 가끔 부산 집에 가고 주중엔 사무실과 관사를 오가다보니 시간이 금새 지났다. 주말에 시간이 나더라도 혼자는 돌아다녀 본적이 없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오면 함께 돌아다니는데 제주는 사는 것보다는 관광으로 오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해양기사자격증도 있고 해양경력이 있어서 발령은 선박직으로 들어왔다. 4개월정도 지도선을 타고 불법어업 단속을 했는데 지난 여름 사고 이후 선박수선과 관리 등을 이유로 대기하다가 지금은 급여, 연금 담당을 하고 있다. 동해나 서해는 여성직원들이 꽤 있는데 제주 남해에는 3명이 있고 이번에 신입으로 3명이 더 들어왔다. 한번 출동나가면 8-10일 바다에 단속나갔다가 들어온다. 그리고 남해어업단의 경우 10척이 2교대식으로 어업지도 출동명령이 결정된다. 개인사정이나 몸상태에 따라 연가를 쓰거나 연가를 못쓰면 사무실 근무를 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여직원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한번 출동을 나가면 아무리 3교대라고 해도 불법어선이 포착되면 쉬는 시간이 취침 시간이여도 모두 출동해야 한다. 최광렬 분회장의 경우 38시간 동안 잠 한숨 못자고 일한적도 있다.

지금은 직렬직이랑 맞지 않는 연금 급여업무를 하고 있는데 한 1년정 도 실습을 완벽하게 하고 왔으면 나중에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제주소’일 때는 규모가 작아서 불편한 점도 많았다. 그러나 남해어업단으로 승격되면서 근무조건이 많이 좋아진 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해양수산부 건물 한층만 사용하고 있고 노동조합 사무실도 없다. 당직자 사무실에는 정수기조차도 없는 형편이다.) 남해어업단 관리 근무는 4년이 남았다. 5년에 한번씩 타 소속으로 배정을 받는다. 동해나 서해의 경우에는 연고자들이 많아서 계속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남해는 연고자들이 많지 않아 있어도 되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제주에 가족들과 정착하러 내려오는 직원들이 꽤 많다. 다음 배정은 부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노조가입은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두 개의 노조가 있는데 명칭도 생소하고 그닥 큰 차이도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에 있던 배 선장님이 잘 챙겨주시고 이것 저것 알려주시면서 우리의 요구를 다함께 모여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봄에 서울에 갔다.(3.25대회) 학교다닐때도 집회같은데 가본적도 없고 지난 촛불 정국때도 공무원시험 준비중이라 독서실에서 마음만 함께 했다. 공무원노조 집회에는 최대한 함께 참석할려고 노력한다. 지난 서해어업관리단 고 김원씨의 장례식에도 갔었다. 바다위에서 불법어선 단속은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에 있다. 정기적으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고, 세부적 항목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은 모든 바다의 일은 해경이 하는 줄 알고 있다. 어업관리단은 해경에 비해 숫적으로 열세하고 환경 또한 열악하다. 그래도 하는 업무은 뒤지지 않게 많다. 바다위에서, 좁은 공간안에서 형사처벌권도 없이 관리만하는 업무 자체가 힘들 수 밖에없다. 그 고단함을 알아줬으면 한다.

 

한편 12월 10일 대전국립현충에서 서해어업단 고 김원주무관의 안장식이 있었다. 김원주무관은 국내어선 승선조사 및 불법중국어선 관리 감독 일을 하던 중 지난 7월 25일 지도 단속을 나가는 중 화재로 동료직원 3명와 함께 추락하여 사망했다. 8월 23일 국가연금관림공단에서 순직 결정, 10월 24일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결정, 어업감독 최초로 인사혁신처로부터 위험순직이 결정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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