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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헌법재판소 치욕의 날
이의엽칼럼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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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7  0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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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선고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 사회가 박정희의 유신 시대를 넘어 이승만 독재 시절로 퇴행한 것을 의미한다. 1958년 2월 25일,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의 진보당을 해산시켰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통합진보당의 약칭도 진보당이었다)

 

4.19 혁명 후 제2공화국 헌법을 만들면서 정당 해산에 관한 조항이 우리 헌법에 처음으로 들어간다.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당을 함부로 해산할 수 없도록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항에 대하여 당시 헌법개정안 기초위원장 정헌주는 “우리가 경험한 진보당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정부의 일방적인 해산 처분”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권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는 1960년 정당해산제도가 만들어진 후 최초의 일이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 여부는, 우리나라가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강제로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며 선거를 통한 국민의 평가 속에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나라가 되느냐의 분수령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가 자기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치욕적인 판결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데 도움이 되라고 만든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짓밟아버렸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8 대 1이라는 압도적 편향 판결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독재 권력의 하수인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2016년 촛불항쟁이 타올라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정치악행이 폭로되는 와중에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그 진상이 확인된 것이다. 박근혜의 지시를 받아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휘 아래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킨 정황이 당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가 작성된 210일 중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기록은 39일간 45번이나 등장하는데, 12월 17일 기록이 충격적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뜻하는 ‘長’(장)이라는 글자 아래 “月-정당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의원 상실 異見–所長 의견 조율 中(今日). 조정 끝나면 19日, 22日 초반”이라고 적혀 있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에 대해 12월 19일로 선고기일을 정하고, 이를 이틀 전인 17일에 당사자에게 통지했다. 그런데 업무일지에는 선고일로부터 나흘 전인 15일 월요일 날짜로 정당해산 선고 내용이 확정되었고 지역구 의원의 의원직 상실 문제는 소장이 조정하고 있다는 헌재 내부의 비공개 평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은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못박아두었다. 판결 선고일이나 내용은 재판관들의 평의로 정해지는데, 선고시점이 사전에 알려지거나 선고기일 전에 선고 내용이 유출되면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둔 규정이다. 그런데 김기춘은 선고기일과 선고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김기춘과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의 내통 혐의를 시사한다. 김기춘은 박정희 유신 정권 7년 중 4년 반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숱한 조작 간첩 사건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박근혜 정권의 비열한 정치공작 날조사건이었던 것이다.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적힌 메모대로,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모두의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다.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택일부터가 정치적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날짜 선택을 민감하게 따지는 민족이다. 하다못해 이사날짜를 잡을 때도 손 없는 날을 고른다. 그런데, 하고많은 날 중에서 왜 하필 12월 19일이었을까? 그날이 바로 2년 전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의 당선 2주년에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선물을 바친 것이다. ‘기춘대원군’이라고 불렸던 김기춘의 서슬이 퍼런 시절이었으니 족히 그러고도 남았으리라. ‘법비(法匪)’의 난동이었다.

 

2014년 12월 19일. 하루아침에 원내 제3당이 없어졌고,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5명은 난데없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에 이른바 ‘숨은 목적’이 있으니 해산해야 한다고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궁예의 ‘관심법’이 등장한 것이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는 수십 건의 오기(誤記)가 가득했다. 전혀 관계도 없는 통합진보당 관계자를 엉뚱하게 내란음모 회합에 참석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자 헌법재판소는 부랴부랴 판결문을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최악의 치욕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도 김기춘도 감옥에 갇혔다. 그들의 수족이 되어 헌법재판소의 이름을 욕되게 한 재판관 8명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2017년 12월 19일 청와대 앞에서 옛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광역시도당위원장, 민중당이 박근혜 최대적폐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진실규명 및 구속자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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