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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 반쪽의 시야를 탈피해야 한다.
이의엽 칼럼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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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8  10: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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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공안탄압대책위 이의엽 기획홍보위원장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지 9년 만이다.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기보다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08년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되기 전에도 ‘테러 모자’를 쓰고 협상장에 나갈 수 없다는 논리를 폈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협상 요구에 대한 명백한 거부로 받아들일 테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 복원에는 추가 장애물이 설치된 셈이다. 한반도에 다시 긴장 고조의 먹구름이 몰려온다.

이보다 1주일 앞서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게 수십억 달러의 무기 판매 장부를 떠넘겼다. 사드 철회를 빌며 삼보일배를 하던 종교인들의 염원도, 트럼프의 전쟁 행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광화문에 쳐진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혔다. 촛불시위의 열린 공간이었던 광화문 광장은 겹겹의 담장으로 막히고 차벽으로 가려져 단절의 공간으로 폐쇄되어버렸다. 트럼프의 방한에 맞춰 광화문 광장에 다시 등장한 경찰차벽은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지난 칼럼들에서 한국 민주화의 객관적 조건,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직시가 필요함을 수차 강조한 바 있다. 한국 민주화를 한반도의 남쪽 내부 문제로 국한하여 사고하는 것은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간과한 피상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런 안목을 탈피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요지의 주장이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한민국이 지금 안고 있는 많은 문제는 한반도가 안고 있는 분열, 대립, 적대의 해소를 떠나서 그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의 대개혁을 이룩하기 촛불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안보가 중요하다’는 적폐 세력의 저항과 수시로 출몰하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반쪽 남한에 국한된 시야와 사고만으로는 민주주의도 평화도 결코 출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땅의 냉엄한 현실이다.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반半국가, 반半주권국가이다. 대한민국은 형식적으로는 국민주권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반의 반’의 주권밖에 누리지 못한다. 남북이 분단되었기 때문에 남한은 반半국가이고,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면에서 미국에 의존해 있으며, 심지어 전시작전지휘권(전작권)마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은 ‘반의 반’ 국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반공독재 체제는 북한과의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 안보라는 미명 아래 ‘빨갱이’와 ‘종북’이라는 누명을 씌어서 반체제 저항세력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박탈했다. 신자유주의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생산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강자의 특권과 반칙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전횡과 ‘갑질’을 비호 조장하였다. 반공독재가 내세우는 안보지상주의는 국민을 정권 안보의 ‘소모품’으로 전락시켜 국민주권을 박탈했으며,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경제지상주의는 ‘경쟁력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시민권자가 아니라 단지 ‘잉여’로 취급하였다.

국가의 존립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인간 존중·생명 존중의 보편적인 가치에 있지 않은 나라, 인권과 생명권이 뒷전에 방치된 나라, 정권이 바뀌어도 오로지 안보 혹은 경제성장이 변함없는 국시國是로 관철되는 나라의 민낯이다. 국가가 완전한 자주권, 즉 독립을 누리지 못하는 나라, 반半국가, 아니 반의반의 주권국가의 국민이 소모품이나 잉여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촛불시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분노하여 항거하였던 것이다.

반半국가는 정상 국가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우산 아래에서 성장과 발전을 추구해온 일본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난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남북한이 일시적으로 전쟁이 정지된 ‘정전협정’ 상태에서 서로 적대적으로 대치해 있고 전작권을 외국에게 위임한 상황에서는 한국이 자주적인 외교를 펼치기 어렵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내기 힘들다.

한국은 ‘온전한 국가’라 보기 어렵다. “한국을 한반도라고 하잖아요. 반도 하면 바다로도 가고 육지로도 가야죠. 그런데 우리는 바다는 가지만 육지는 못 가요. 그건 반도가 아닙니다. 반도가 아니니까 어떻게 됩니까? 북한을 못 가니까 시베리아, 몽골로 못 가고, 중앙아시아로 못 간단 말이에요.”(박명림·김대중 전 대통령 인터뷰, 『역사비평』, 2008년 가을호). 남한은 북방 대륙으로 진출할 수 없는 섬 아닌 섬이다.

21세기의 우리는 분단으로 인해 반도의 반, 남한에 시야가 갇혀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식 근대화를 유일 목표로 일로매진한 나머지 우리는 아시아적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시야가 반의 반쪽으로 더 편협하게 좁아지고 말았다. 친미 사대주의와 한·미 동맹의 틀 안에 갇힌,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의 반쪽에 갇힌, 반의 반쪽의 시야를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 지난 트럼프 미대통령 방한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NO TRUMP, NO WAR'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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