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이 국론분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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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사기념관 이준식 관장
▲ 근현대사기념관 이준식 관장

정부가 만든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헌법 제54조 제1항에는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적혀 있다. 예산안 심의권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지난 11월 14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국회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황당한 소식이 들려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황당한 정도가 경악할 만한 소식이다. 정부에서 마련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기념사업 관련 예산 50억 원을 자유한국당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임시정부 기념사업이 “국론분열”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국론이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체주의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 이승만정권, 박정희정권, 그리고 전두환정권 같은 독재정권 당시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많이 써 먹은 게 국론통일이라는 말이었다. 국론통일은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옥죄는 데 마법의 주문처럼 쓰이고는 했다.

그래도 백보를 양보해 최소한의 국론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헌법과 민주주의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인 국민에게 맡겨진 의무다. 그런데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헌법에 나와 있는 역사적 사건은 3·1운동, 임시정부, 그리고 4·19 셋뿐이다. 그만큼 세 사건은 대한민국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으로 상징되는 독립정신, 그리고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야말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그리고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이 이어가야 할 대한민국의 기본정신이 되는 것이다. 역사학계에서 그렇게 보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한 적이 있다.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자 임시정부가 출범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리는 사업을 정부가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한다. 대통령에게는 헌법의 전문에 나오는 독립정신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 기념사업을 벌이려는 것은 그런 책무의 일환일 뿐이다. 결코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에서는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과는 무관하다는 뉴라이트의 반헌법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문재인정부가 하려는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에 딴지를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반대하는 기념사업 예산이 50억 원이라는 사실에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올해는 박정희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박정희 기념사업이 벌어졌는데 대부분 정부 예산이 들어갔다. 박정희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에는 이른바 ‘박정희타운’이 조성되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1,4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박정희야말로 ‘국론분열’의 주범 가운데 하나다. 일부에서는 ‘부국의 아버지’라고 떠받들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박정희를 친일군인 출신의 독재자로 기억하면서 기념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기념사업을 강행한 자유한국당이 임시정부 기념사업 예산 50억 원은 극력 반대하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온라인에서 자유일본당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친일의 역사를 비호하는 일본화된 정당이라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때는 대한민국의 정권을 담당하고 있던 정당, 지금은 대한민국의 제1야당을 일본당 운운하는 것은 분명히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임시정부 기념사업 관련 예산을 계속 반대하는 한 자유한국당은 자유일본당이라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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