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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리 미제레레(Allegri, Miser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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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사망 1582 ~ 1652
▲ 출생-사망 1582 ~ 1652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가 작곡한 이 곡의 원래 명칭은 라틴어 ‘Misereremei, Deus(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예수가 죽기 전 일주일을 가리키는 고난주간의 마지막 날인 성금요일(부활절 직전의 금요일) 교황청 시스타나 성당에서 행하는 저녁 미사에 불리는 곡이었다. ‘테네브레(어둠)’라는 이름의 이 미사는 성당의 촛불이 하나하나 꺼지면서 ‘미제레레’의 거룩한 합창이 울리는 가운데 완전한 어둠 속에서 마무리된다.

알레그리는 초기 바로크 시대, 당대 유럽의 정신적·종교적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로마에서 활동한 음악가다. 1582년 로마에서 태어나 9살 때 로마의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음악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페르모의 주교좌성당에서 가수 겸 작곡가로 활동하다 1630년 로마로 돌아와 교황청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 알레그리는 1652년 일흔 살로 사망할 때까지 23년 동안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을 위해 다수의 미사곡과 모테트(무반주 다성부 악곡), 하이든 이전 초기 형태의 현악 4중주라 할 현악 합주를 위한 4부 소나타 등의 기악곡을 작곡했다.

이 곡의 가사는 시편 51장인데, 원래 시편 51장은 다윗이 부하의 아내 밧세바와 통정한 뒤 이를 참회하며 부르는 노래다. 시편 51편의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부드러운 자비의 충만함으로 저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

 저의 죄악을 제가 알고 있으며 저의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

 저를 씻어 주소서. 눈보다 더 희어지리이다. (…)

 음악 자체가 환상적이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 곡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교황청이 이 음악의 악보를 봉인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1770년까지 이 곡은 교황의 명으로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만 불렸다고 한다.

당시 폐쇄적이었던 교황청은 이 음악의 악보가 외부에 공개되거나 시스티나 성당 바깥에서 연주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너무도 고귀하고 아름다워 교황마저 숨기고 싶었던 음악, 그것이 바로 알레그리의 ‘미제레레’였던 것이다.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가 단지 두 번만 듣고 암보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솔로몬 성전에 근거를 두고 지어졌다는 장엄한 시스티나 성당의 엄숙한 어둠 속으로 교황과 추기경마저 속죄를 위하여 엎드린 바로 그 때, 알레그리의 미제레레가 경건하게 퍼져 나간다. 다섯 성부의 합창 속으로 잔잔하게 밀려드는 4명의 솔로, 특히 소프라노가 비브라토를 쓰지 않고 높은 음 C를 부를 때는 깊은 떨림과 감동,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대표적인 종교음악인 이 곡이 시대와 종교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인류에게 큰 감동을 주는 까닭은, 종교적인 제의와 고백 속에 당대 사람들의 내면의 풍경이 진솔하고 경건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알레그리 미제레레(Allegri, Miserere)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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