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정차단속업무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이다. 하루 7~8시간 욕을 듣다 보면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조로 달한다. 간혹 멱살잡이를 당하기도 한다. 한 달 기준 7000~8000건의 주차단속업무를 처리하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소속 교통지도과 서북지역대 직원들을 만났다.
“일하면서 가장 힘들 때요? 위반 차량 단속과정에서 운전자 본인의 잘못은 절대 인정 안 하고 욕만 퍼붓는 사람들이 있어요. 피치 못할 상황에선 계도만 하고 보내주기도 하지만 법 위반이 명확한 경우엔 형평성에 근거해서 단속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단속을 위한 단속보다는 교통질서 개선이나 시민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북지역대 소속 김성균씨(64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시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되었다. 운전자들에게 욕을 먹는 건 거의 일상다반사이고 이제는 달관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지만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마음의 상처는 어쩔 도리가 없다.
현장단속조는 2인 1조로 구성돼 있다. 위반차량 발견시 1차 확인 후 5분 뒤에도 같은 장소에 그대로 주차되어 있으면 불법주차로 확정된다. 3인 1조로 구성된 기동단속조는 특히 드센 민원인들만 상대하기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단속하면 내근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은 빗발치는 민원전화를 감내해야 한다. 내근직원들과 현장단속직원들 간의 소통과 이해가 필수적인 대목이다. 민원 대응시에는 정확한 법적 근거를 기본으로 사안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이곳에서 단속공무원들은 ‘공공의 적’이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이 ‘갑’이라면 이 분들은 철저히 ‘을’ 신세다. 경찰은 무서워해도 단속공무원들은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매일 7시간 이상 90~100km 거리를 운전하다보면 안전문제도 있고 건강상의 문제도 뒤따른다. 혹시나 옆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아플 여유도 없다. 게다가 업무평가에서 최하위 C등급을 연속 2회 받으면 계약 연장에서 탈락되기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단속실적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서무로 근무하는 진영관씨는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 부지부장이기도 하다. 진 부지부장의 노력으로 현장단속직원들의 생수비용을 각출하는 관행도 없애고 직원 후생복지가 많이 좋아졌다.
취재를 위해 단속차량에 함께 올라탄 지 벌써 반나절이다. 허리도 아프고 두통증세도 밀려왔다. 직접 겪어보니까 이 분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조금 알 것도 같다.
차량 위에는 붉은색 글씨의 전광판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불법주정차 위반 단속중입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준법주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