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항쟁 1주년과 민주노총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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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 홍보위원장
▲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 홍보위원장

10월28일 촛불항쟁 1주년 행사가 열린다. 촛불혁명으로 우리는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여 구속시킨 다음 민주정부를 출범시켰다. 1700만 명이 참여하여 세계를 진감시켰던 촛불혁명의 시작을 알렸던 감격의 그날을 기념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촛불항쟁 1주년을 맞아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이후의 미온적이고 지지부진한 개혁에 대하여 실망을 감추지 못하거나 심지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하여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적폐청산이 시원하게 진행되지 않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가 지지부진한 것에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섣부른 조급함은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직 임기 5년의 1/10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과제, 예컨대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노동 존중 민주주의의 과제는 말할 것도 없고, 나아가 한미동맹 체제를 청산하며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한국 사회의 근본 과제를 해결하는 일은, 민주정부가 들어선다고 하여도 만만치 않은 난제다. 설령 진보 정권이 수립된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촛불항쟁 1주년을 맞으며 우리의 민주화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과 민주정부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직시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하여 결정된다. 첫째는 주체적 역량의 문제이고, 둘째는 객관적 조건의 문제다. 주체적 역량은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1700만으로 표현되듯이 양적인 문제야 더 말할 것이 없으니 촛불항쟁의 질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질적인 문제란 역량의 조직 상태, 곧 조직적 역량을 중심에 두고 본다는 뜻이다. 1700만이라는 양적 규모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역량의 질적 측면이다. 촛불항쟁을 이끌었던 <퇴진행동>의 민주화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항쟁이 불철저한 인식의 공유에 기초한 역량의 결집이었다면 그것은 <퇴진행동>의 사상적 토대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촛불항쟁과 같은 대중시위는 대중의 직접행동을 통한 정치적 시위로서 행동의 여론전이다. 그 행동이 중단되거나 약화되면 위력과 효과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조직된 운동이 아닌 미조직 대중의 자연발생적 시위는 그 한계가 뚜렷하다. 대중의 직접행동을 통하여 일정한 정치적 성과를 거둘지라도 항쟁의 주체인 대중이 조직된 역량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그 성과마저도 제도권 정치로 수렴되는 데 그치고 만다. 이른바 ‘수동 혁명’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퇴진행동>이 박근혜 탄핵 이후 자진 해산을 했다는 사실이다. <퇴진행동>이 당시 설정했던 운동의 목표,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후의 전개 과정을 결정하는 것이며 결국 오늘의 현실을 배태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민주화의 객관적 조건, 다시 말해 민주정부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다. 민주화를 국내 문제로 국한하여 사고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군사·문화 전반에 구조화되어 있는 근본적 문제를 간과한 피상적인 생각이다. 예컨대 한국 경제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의 하위 종속 구조에 편입돼 있다. 큰 톱니바퀴에 물려 있는 작은 톱니바퀴와 같아서 국민이 선출한 민주정부라고 할지라도 나라의 경제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했던 말은 허언이 아니다. 금융자본주의 아래서 시장이란 금융시장을 의미할 터인데,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금융시장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한국의 은행과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세력은 월가(Wall Street)에 있다.

 

물론 민주화의 객관적 조건에서 국내적 요인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헌정질서를 문란한 정치적 적폐의 우두머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을 뿐 정치적 적폐의 몸통은 버젓이 남아있다. 새누리당은 해체되지 않았고 여전히 여의도 국회에서 사사건건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훼방 놓으며 온갖 전횡을 일삼고 있다. 공기업 청탁 취업 비리의 온상 강원랜드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의 현장을 보자. 법사위원장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자신이 범죄의 장본인이면서도 국정감사를 한답시고 설치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심판도 청산도 끝난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교체됐고 행정부가 새로 구성됐을 뿐 입법부는 그대로다.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위한 법률은 단 한 건도 입법되지 않았다. 구질서 그대로의 국회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촛불혁명의 정신을 반영한 개헌도 요원해 보인다.

 

어떻게 청산하고 개혁할 것인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하여 심판하고 청산하며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선을 통하여 청와대와 행정부를 교체하였듯이 지방선거를 통하여 지방권력을 바꾸고 총선을 통하여 입법부를 새로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적폐 세력들이 보수통합이요 뭐요 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적폐 세력들을 가차 없이 심판하여야 한다. 새 집을 지으려면 새 터를 닦아야 하듯이, 2020년 4월 15일 제21대 총선을 정초선거(Foundation Election)로 만들어야 한다. 정치 지형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각급 산별노조 선거가 진행 중이며 전국공무원노조도 내년 1월에 새 집행부를 선출한다. 민주노총의 집행부 선거가 곧 시작된다. 차기 집행부는 2020년까지 임기를 이어갈 텐데, 이 시기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때다. 민주노총은 한국의 조직 노동자를 대표하며 최대 규모의 조직된 역량이다. 사회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동인은 주체적 역량이고, 무엇보다도 조직적 역량, 조직화된 역량이 핵심이다. 조직 노동자의 내부 조직체계를 잘 정비하여 주체적 역량을 탄탄히 꾸리는 것은 단지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민중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촛불혁명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촛불항쟁 1주년, 민주노총 조합원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1700만 촛불 시민들 사진=정지현
박근혜를 끌어내린 1700만 촛불 시민들 사진=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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