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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다시 무덤으로 돌려보내자
이준식 역사칼럼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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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31  11: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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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식 근현대사기념관 관장

2012년 12월 19일은 악몽과 같은 날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 설마 하던 일이 정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날 실시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가 당선된 것이다. 박근혜의 당선은 곧 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난 뒤 스스로 입증했듯이 박근혜는 대통령의 깜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투표에 나선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박근혜에게 표를 던진 데는 박근혜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유권자가 박정희에게 투표하는 마음으로 박근혜에게 투표한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던 4년 동안 우리는 악몽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박근혜정권은 공영방송 장악, 전교조와 통합진보당 탄압, 역사교과서 국정화, 테러방지법 제정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농단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힘들게 이룬 남북대화와 평화통일 움직임을 파탄내고 다시 한반도를 냉전시대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다. 고작 10억 엔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눈물을 일본의 극우 아베정권에 팔아넘기더니 미국이 요구한다고 사드기지 설치를 강행했다.

박근혜정권 출범 이후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의 대형사고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지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있으나마나했다. 청년실업이나 서민가계부채는 폭발직전인데도 박근혜정권은 최순실과 재벌의 뱃속을 채우는 데만 몰두했다. 서민들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든 말든 재벌의 사내보유금은 계속 늘어 작년 말에는 사상 최대인 700조 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박근혜정권에게는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하겠다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다. 이들 때문에 박근혜정권의 실정은 계속될 수 있었다.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 이후에도 박근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태극기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에 균열이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도 박근혜를 왕조시대의 여왕님 내지는 공주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10-20%에 이른다.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태극기집회’에는 태극기뿐만 아니라 박정희기가 같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박정희교 광신자가 밝혔듯이 ‘태극기집회’의 자칭 ‘애국보수세력’은 한마디로 박정희를 ‘반인반신’ 정도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박근혜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가 실제로는 박정희를 향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박정희는 친일군인 출신의 독재자였다. 민주정부를 불법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것으로도 모자라 1인영구독재를 위해 마음대로 헌법을 고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리고 1979년 10월 26일 한때는 가장 아끼던 부하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 박정희의 죽음과 함께 박정희의 시대는 끝나야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박정희의 망령이 다시 우리 사회를 뒤엎기 시작했다.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향수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의한 박정희 되살리기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의 당선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니 박근혜정권은 태생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의 후광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이겼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박정희체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역사의 시계를 유신독재의 1970년대로 후퇴시키려고 한 데서 박근혜정권의 몰락은 예정되어 있었다. 박근혜야말로 박정희교라는 종교집단의 가장 충실한 교도였다. 박근혜정권은 ‘제2의 유신체제’였다. 실제로 박근혜정권이 보인 여러 행태는 박정희체제와 판박이였다. 국민을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권력자에 의해 계도되고 동원되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보는 건 아버지인 박정희나 딸인 박근혜가 같았다.

박근혜의 불명예 퇴진과 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박정희의 유령을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 박정희체제의 유산을 청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수정치세력과 보수언론은 이미 촛불시민혁명에 대한 반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더욱 더 두 눈을 부릅뜨고 반동에 맞서야 한다. 1979년 10월 26일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박정희를 다시 무덤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는 장면 (재현사진) 사진=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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