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과로사망과 그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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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임 과로사예방센터 사무국장
▲ 한인임 과로사예방센터 사무국장

과로사란?

과로의 사전적 정의는 ‘몸이 고달플 정도로 지나치게 일함. 또는 그로 말미암은 지나친 피로’로 정의된다. 그러나 약 1천7백만 명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는 과로에 대한 정의가 없다.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에서 ‘과로’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ㆍ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뇌·심혈관계질환 이환자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아예 ‘과로사’라는 표현을 직접 법률용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업무의 과중 부하에 의한 뇌혈관질환·심장질환을 원인으로 하는 사망, 업무의 강한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 장애를 원인으로 하는 자살로 인한 사망, 사망에 이르지 않지만 이러한 뇌혈관질환·심장 질환, 정신 장애’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세부적인 명시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을 포함해 ‘왕따, 괴롭힘, 해고’ 등도 원인으로 적시하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정의가 없지만 일을 하는 노동자가 업무량, 노동시간, 노동강도, 업무책임, 직장내 괴롭힘 등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공무원 과로사, 어느 수준인가?

서울신문(10월 16일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한 공무원(순직 승인자 기준) 수는 114명이다. 보름에 한 명꼴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숫자도 신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과로사 산업재해 인정률은 2016년 2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업무로 인한 과로자살의 경우는 보건복지부 추정자료(한겨레신문 6월 26일자)에 따르면 연간 550명가량 된다는 보고도 있지만 사실상 매년 서너 명만이 산업재해로 인정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렇게 크게 나타나고 있는 공무원 과로사(과로자살 포함) 또한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매우 저평가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언론에서 다룬 ‘보건복지부 여성 공무원 과로사망’이나 ‘집배공무원 과로사망 및 자살’, ‘사회복지공무원 과로사망’, ‘법원공무원 과로자살’, ‘서울시공무원 과로자살’ 등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행정소송([판결] 공무원 자살, 공무상 재해인정기준,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4878)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서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을 인정하는 기준이 주로 근무기록과 건강검진기록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드러내기 어렵고 과로자살의 경우도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로 권하는 한국 사회의 법·제도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정하는 법은 근로기준법이다. 공무원의 경우 근로기준법과 공무원복무규정 양자에 모두 저촉을 받고 있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주당 40시간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 1주 단위 12시간까지 노사가 합의를 하면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52시간을 추가로 넘어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53조 연장근로의 제한). 노동부장관의 사후 승인을 받으면 된다. 사후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로 최근까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되었던 조항이다. 노동자들은 주야를 10시간씩 맞교대로 일했고 주말도 없이 일했다. 그러면 주당 노동시간이 70시간에 이른다. 지난 수십 년간 이런 노동체계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도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업종이 노동시간 규제 대상이 아니다(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소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불리우는 이들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취업자의 규모는 총취업자의 4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1조 적용범위에서는 노동시간 규제 조항에 상시고용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대상이 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도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에 갇혀있다. 이들 취업자의 규모는 총취업자의 38%에 이른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기본으로 삼지만 공무원복무규정에 따라 제5조(당직 및 비상근무), 제10조(근무시간 등의 변경) 등의 조항으로 인해 업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고 수시로 변경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 과로가 문제가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공무원의 낮은 비중이 잘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둘러싸고 TV 토론을 하던 후보들은 2013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은 21.3%, 한국은 7.6%라고 답변했다. 이 통계에서는 산정 기준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재논의가 되었다. 설혹 다른 국가의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14%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공무원 전체가 과로를 한다기보다는 업무가 몰리는 직무, 사람 등 특정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를 관리하는데 더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9월 12일 출범한 과로사 out공동대책위 기자회견. 사진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9월 12일 출범한 과로사 out공동대책위 기자회견. 사진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세칭 ‘과로사 방지법’(실제 법률은 ‘과로사 등의 방지를 위한 대책에 관한 대강’)이라는 제정법을 2014년에 만들었다. 우리나라보다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직업성 질병에 걸리지만 우리보다 먼저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역할, 기업의 역할, 노동자의 역할을 규정하였고 세부 계획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국가적 차원에서 매년 일정 규모씩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매년 의회에서 보고되고 평가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런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단순히 법조문 한 두 개 바꾼다고 해서 노동감독 인력도 없고 행정력도 거의 마비된 현재 수준에서 실제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 ‘과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가 나서서 기업을 규제하고 중·대기업의 고용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소기업의 경우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을 OECD평균 수준으로만 낮춰도 현재 노동자 1천6백만 명의 규모는 1천9백만 명 수준으로 증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실업자는 사라지거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고용된 노동자 대열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과로로 인한 질병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와 가족을 구제하는 정책임은 물론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는 확장성 또한 가지게 될 수 있다.

공무원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노동시간을 정상화시키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책을 관철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먼저 하고 민간이 따라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낙수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공무원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모든 인간은 인권을 갖는다. 일하다가 뇌·심혈관이 터지거나 정신줄을 놓지 않을 당연한 권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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