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이제는 적폐청산 ⑤ 허유신 MBC 언론노조 홍보부장 인터뷰

'기레기' 오명 벗고 이젠 "국민의 방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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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유신 MBC 언론노조 홍보실장
▲ 허유신 MBC 언론노조 홍보실장

 

 

▲ 2012년 이후 5년만의 파업입니다. 지난 24~29일 치러진 파업 찬반투료에서 역대 최고의 찬성률 93.2%로 가결되었다.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2000여명의 최고의 조합원수를 돌파했다. 한 기자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2012년 때 파업이 끝난것이 아니라 5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2012년 170일 동안의 파업은 힘들게 싸웠지만 성과물 없이 진 싸움이었다. 그 당시 파업을 주도하거나 참석한 직원들이 대부분 그만두거나 징계를 받아 쫓겨나거나 아니면 제작현장에서 배제시켰다. 25년차 선배의 경우 정상적인 수순을 밟았으면 부장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스케이트장 청소나 눈을 쓸고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본인 역시도 3년전 시사매거진2580에서 짤린 이후 수원 성남 등지에서 협찬 관련을 일을 하다가 노동조합으로 왔다.

의도하거나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2012년 이후 꾸준히 파업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조 차원의 총파업이라는 명시적 싸움은 아니였지만 부서별로 국별로 소소하게 대응하고 항거하고 있었다. 그 결과 12년 이후 서울 MBC만해도 200여명의 부당징계자 및 해고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200여명이 있었기에 5년간 이 싸움을 이어왔고 공영방송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타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그동안에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부에서 나름 열심히 싸웠는데 힘이 많이 부족했다. 목숨걸고 생계를 걸고 싸우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공영방송으로 사회적 책무감을 다하지 못한 책임은 느끼고 있다.

 

▲ 이번 파업을 하게 된 핵심적인 계기와 배경은 무엇이며 주요 과정을 설명해달라.

 

김장겸 사장 임명 이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낙하산 논란과 함께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고 그에 반대하며 노조는 39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후 2012년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으면 실패했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이미 2010년 국정원은 MBC 장악을 주도하고 있었고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인적쇄신, 편파 프로그램 퇴출 ▲노조 무력화 ▲MBC 민영화 3단계 추진 방안 등이다. 김재철 사장은 3월 5일 곧바로 모든 관계사 사장들에게 사표를 요구했고 지역사 사장 6명이 교체되었다. 또한 사측의 PD수첩, MBC스페셜, 후플러스 시사매거진2085 등 시사고발프로그램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었다. 제작진 교체, 진행자 포맷, 명칭변경 등 결국엔 손석희 김미희 김종배 등이 떠나게 되었다.

또한 경영권 침해 독소조항이 포함된 단협 개정이 본격적으로 착수되었다. 노조가 불응할 시에 단협 해지를 통보하고, 노조의 불법 파업 업무방해 행위는 사규에 따라 엄중 징계, 주동자에 대해서는 사법 처리로 영구 퇴출 할 것을 추진했다. 실제 단체 협약을 해지함으로써 노동자 기본권리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방송제작의 독립성, 경영진이나 외부로부터 압력에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무력화시켰다. 한 예로 MBC에는 ‘국장책임제’가 있다. 이것은 본부장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국장이 오케이하면 자율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낼 수 있다. 최종책임자인 국장의 권한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미 국정원은 언론노조 MBC의 무기가 ‘국장책임제’ 등 보도 공정성을 보장한 ‘단체협약’임을 알고 있었다.

또한 사측은 2013년 제3노조를 만들어 노노갈등을 야기시켰다. 당시 제3노조에 가입한 이들은 일반직 사원은 거의 없고 계약직 업무직 사원들이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용보장이 취약한 상태로 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들의 대부분은 현재 탈퇴하고 100여명 정도 남아있다. 이 뿐 아니라 노조를 탈퇴하면 승진, 해외연수, 특파원, 보직부장 등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조합원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MBC는 2013년 신입공채 이후 한 번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채용된 막내기자들의 경우 대부분 노조에 가입했다. 지난 11월 12일 백만명이 모였던 제2차 촛불집회 취재에 나갔던 막내기자들은 시민들에게 ‘엠병신’, ‘짖어봐’, ‘부끄럽지 않냐’ 등 비난을 받았다. 현장기자는 마이크에 태그를 달지 못했고 상가에 숨어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 이에 사회부 곽동건 기자, 보도국 이덕영, 전예지 기자는 “MBC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란 영상을 유투브에 올리고 MBC 정상화를 위해 국민에게 더 꾸짖어 달라고 했다. 결국 보도국 소속 이덕영 기자는 출근정지 10일, 곽동건·전예지 기자는 근신 7일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선배기자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90여명의 선배기자들이 “‘보도정상화’를 위해 MBC 기자들이 요구합니다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하 보고국장 사퇴 ▲해직기자·징게지가 복귀”를 요구하는 경위서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리고 지난 2월 탄핵을 앞둔 시점에서 황교안 대행체제하에서 김장겸 사장이 임명되었다. 이는 박근혜가 탄핵될 것을 뻔히 안 정권이 붙박이로 김장겸을 심어놓은 것이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MBC는 기레기로 총칭되며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문재인정부가 탄생되었고, 이전에는 조용히 있다가 이제야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고 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이전정부에서 싸울 의도는 없었는지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꾸준히 싸워오고 있었으나 국민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이제야 불거졌지만 배현진 아나운서의 양치사건의 경우 4년 전 일이다. 작년 말 국정농단의 사태가 여기가지 온 것이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문제로 이것은 회사가 망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망한 것이다. 이제라도 정상화시켜야한다. ‘그동안 뭐했냐’, 이런 비판과 지적을 받아왔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임금노동자들이 4-5년 파업하기란 힘들다. 목숨걸고 싸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공영방송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은 크다. 많은 국민들은 최승호 PD의 ‘공범자들’을 보고 MBC가 저지경까지 간 줄 몰랐을 것이다. 저희 스스로 저희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불공정 편파 보도로 일삼았던 MBC를 정상화하고 지난 세월호, 사드배치, 위안부 합의, 국정교과서 등 이젠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 이명박과의 친분으로 낙하산 인사된 김재철이 사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공익성프로그램 폐지, 정치적 편향 방송 뽀뽀뽀와 시트콤 폐지 시청자와 방송 제작인력을 고려하지 않고 시청률과 수익만을 따지는 방송을 해왔다. 김재철과 김장겸이 MBC를 망쳐놓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신지?

 

김재철 사장 당시 성과급은 많이 주었다. 이것은 MBC가 우량한 회사이기에 누가 사장이 되건 상관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자본을 미끼로 방송사를 끌고 나갈려고 하는 생각 자체가 언론인으로서 자격미달인 것이다. 돈 몇 푼 더 주니까 존경하고 존중할 사람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가 인정한 권력의 시녀일뿐이다.

김장겸은 지난 5년 동안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임명되었다. 김장겸 사장 이후 한미FTA반대집회에 대한 축소 보도 및 누락, 내곡동 사저의혹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 역할,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정 의혹 날조 보도, 2013년 보도국장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보도 누락, 세월호 참사대 유가족들에게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 등 그의 망언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8번째 돌마고에서 발언하신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발언에선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국민, 예은이 아빠인 나’이다”라는 발언에 적극 공감한다.

▲ 25일 현재 파업 4주째를 맞이하고 있다. MBC와 KBS 경연진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언론 정상화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으며 방통위위원장으로 이효성 위원장을 임명했다. 이번 파업은 언제까지 진행될 계획인지?

 

김장겸사장과 고대영 이사장의 사퇴 뿐만 아니라 현재 경영진 및 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 위원들의 전원사퇴를 원한다. 공영방송 파행이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머리만 자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집권세력이 공영방송을 독식하려는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한다. 방문진은 노태우정권 이후 30년동안 관행적으로 유지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선이 있었고 지금처럼 조직의 씨를 말릴 정도는 아니였으며 어느정도 정치적 타협이 있었다. 하지만 MB정권에서 시작된 MBC장악 음모 드러난 현재 경영진 교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한다. 작년 여름 국회에서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은 기형적 법안이다. 현재 여6 : 야3의 구조에서 7:6의 구조로 만들어 사장 선출 등 주요 안건에서 9명이 찬성해야 한다. 이 법안은 국민의당만 찬성할 뿐 더민주나 자유한국당은 찬성하지 않는다. 숫자놀음인 것이다. 독일의 경우처럼 시민사회각계각층 대표들을 소집해서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70여명의 방송이사회가 있는 독일은 성소수자, 노동, 빈민,여성 등 제 단체가 모여있다. 절대 정권에 놀아나는 언론방송이 아니라 권력에 흔들림 없이 안전하고 탄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파업하는 것은 문재인을 위해서, 더민주를 위해서, 임금을 더 달라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 파업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측이 주장하듯 문재인의 방송, 더민주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파업하는 것이라 아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귀와 눈을 막지 않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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