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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라도 제대로 갔으면 해요"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조합원과의 만남
이승애 기자  |  sa-lee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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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31  18: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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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생명이다’

서울시민 천만 명 중 1/3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서울의 상수도본부 산하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조합원들을 만났다.

정수과 제어실 소속인 박종훈씨(만48세)는 주간(09~18시)과 야간(18시~다음날 09시) 2교대 근무를 한다. 주로 하는 일은 정수 생산을 위한 공정별 감시 모니터링이다. 제어실에 가득 찬 컴퓨터 모니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늘 피곤하고 식사시간도 불규칙하다. 전자파에 노출되어 있어서 시력 저하와 소화불량, 두통, 불면증에 시달린다.

   
 

“일하면서 제일 힘든 거요? 제발 연가라도 제대로 갔으면 해요. 직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대직자 선정이 안 되면 연가 자체가 불가능해요. 어쩌다 옆 직원 대직까지 서주게 되면 24시간 근무할 때도 있어요.”

제어실에는 6명 중 정규직이 5명, 시간선택제 직원이 1명이다. 갑자기 2명이 빠질 경우는 휴식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 현업직의 경우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만큼 충원되지 않는 상황이다. 인력확대는 전 직원의 숙원과제이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이정희(만48세)씨는 정수장에서 수질데이터를 측정하는 계측기 관리 업무를 한다. 그가 암사에서 관리하는 계측기는 총 122대다.

   
 

“수질사고라도 나면 서울시민 1/3이 물을 못 먹어요.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해도 왠지 하대를 받는다는 느낌이 커요. 과거엔 상수도본부장이 1급이었는데 갑자기 2급으로 바뀌질 않나... 국민의 생명인 물을 다루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관장해야 할 일인데 전 정권에서는 상수도를 민영화시키려고 했었죠.”

정수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현업직이라 사고 날 일이 대단히 많다. 과거엔 수심 5m의 침전지에 빠져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일하다 다치면 연금공단에서 대부분 공상 처리를 해주지만 개인 병원치료비 등 비용 보전이 4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는 일하다 다치면 100% 보전해주는 게 상식 아니냐고, 공무원연금공단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정수과에서 가스안전 관리책임자일을 맡고 있는 남현우씨(만40세)는 올해 1월 신규임용되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일은 수돗물을 염소로 살균하고 소독하는 일이다. 유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인 ‘염소’는 작업 중 조금만 새어나가도 기침 등 고통이 뒤따른다. 이번에 임용 동기 중 한 명은 가스통의 벨브가 밀리면서 가스가 다량 누출, 코피까지 흘리는 일을 겪었다.

   
 
   
 

“염소는 원수에 24시간 365일 공급이 되는 거라 만약 중단이라도 되면 큰일 나요. 바로 수질사고 나는 거죠. 책임감 하나로 일하고 있지만 항상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염소가스의 독성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작업 중 염소가 신체에 닿을 경우엔 염산으로 변해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고 공기보다 무거워 10ppm~20ppm만 흡입해도 몸속 장기들이 찢어지거나 녹아내린다고 한다. 독성물질을 취급하는 일이라 6개월에 한 번씩 특수건강검진을 받는다. 직원들에 대한 안전대책 보강이 시급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동기 4명이 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다 들어왔어요. 급여는 민간기업의 반도 안 되지만 정년보장이나 연금 나오는 건 좋아요. 최근에 최저임금도 올라갔는데 그에 못 미치는 9급 기본급도 같이 올라야 하는 건 아닌지...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요즘, 어렵게 들어온 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를 고맙게 생각해요. 하지만 공무원연금이나 수당 등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건 옳지 못하죠. 공무원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누리고 살 권리가 있는 노동자니까요."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서울시청지부 암사지회를 이끌고 있는 오정환 지회장을 만났다.

   
 

“과거부터 정권은 끊임없이 물을 민영화, 사유화하려고 했고 그에 맞서 노동조합은 끊임없이 투쟁했었죠.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이명박 정권때 상수도 책임운영기관제 전환을 우리의 투쟁으로 막아냈던 일이예요. 2008년 한창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이 타오를 때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하면서 대시민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주말엔 등산로 입구에서 시민들을 만나 선전전을 진행했었죠. 노동조합의 단결된 힘이 상수도 민영화의 전단계인 책임운영기관제를 저지했던거죠.”

10년 이상의 노조 활동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조합원들을 만났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눈빛이 오 지회장에겐 크나큰 힘이 되었다고...

오 지회장을 비롯한 암사지회의 의욕적인 활동은 100% 조합원 가입의 신화를 만들어냈고 높은 수준의 후생복지와 노동조건 등을 일구어냈다. 그 가운데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해서 가입했던 ‘1조합원 1동아리사업 추진’은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어놓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서울시민 350만 명의 수돗물을 책임질 정도의 인력이 충원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현장의 고령화 문제, 인력부족으로 인한 휴가 사용 제한 등을 해결할 수 있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휴가를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죠.”

‘물’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 자본의 논리로 취급되어선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공공성은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것이다. 공무원 인력채용 또한 공공성을 확장해나가는 정책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공무원 감원은 결국 국민들에 대한 피해로 귀결된다. 최근 공무원 충원이 발표되긴 했으나 세발의 피에 불과하다.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물은 생명’이고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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