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여성 독립운동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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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해마다 광복절에는 현직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국민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는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름 석 자까지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자유와 독립의 열망을 지켜낸 삼천만이 되찾은 것입니다. 민족의 자주독립에 생을 바친 선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자식의 옷을 기운 어머니도, 일제의 눈을 피해 야학에서 모국어를 가르친 선생님도,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고 쌈짓돈을 보탠 분들도, 모두가 광복을 만든 주인공입니다”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오늘의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과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항일투쟁에 나섰던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독립운동가 가운데 김구, 안중근, 안창호 등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도 무수히 많다. 예컨대 나중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통령을 지낸 역사학자 박은식에 따르면 한말 의병전쟁 과정에서의 사망자가 10만 명 이상이고 3·1만세시위 당시 사망자도 7,500명 정도라고 한다. 분명히 독립운동의 제단에 피를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이들 무명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자식의 옷을 기운 어머니”로 표현된 독립운동가의 어머니와 아내도 있다. 우리는 흔히 독립운동이 남성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여긴다. 실제로 2017년 8월 현재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독립운동가 14,779명 가운데 여성은 363명으로 채 2.5%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립운동이 남성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참여 없는 독립운동은 반쪽짜리 독립운동일 수밖에 없었다.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직접 독립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남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독립운동에 기여한 경우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훨씬 더 많다.

▲ 노년의 허은
▲ 노년의 허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된 안동 임청각의 고성 이씨는 안동에서도 손꼽히 명문가이다. 고성 이씨의 종손인 이상룡이 일제강점 이후 만주로 망명하면서 상당수의 집안사람이 이상룡을 따라 독립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이상룡 일가의 독립운동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이상룡의 부인 김우락, 며느리 이중숙, 손주며느리 허은이다. 이상룡 집안의 여성 3대는 이상룡, 이준형, 이병화로 이어지는 남성 3대가 독립운동을 벌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한 숨은 독립운동가들이다다. 이들 여성이 없었으면 고성 이씨 3대의 독립운동은 켤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밖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남자들 대신에 농사를 짓고, 독립운동가를 위해 옷을 짓고 삼시세끼를 준비하는 등의 치다꺼리를 맡은 것은 만주로 망명한 독립운동가의 부인, 며느리, 딸의 몫이었다. 허은은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냄으로써 신흥무관학교, 서로군정서 등의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숨은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신흥무관학교나 서로군정서의 공식 역사에 김우락, 이중숙, 허은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서 그렇지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여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는 일의 하나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이 더 폭넓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빠르면 내년 늦어도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출범 100주년이 되는 내후년에는 독립운동가의 어머니와 아내가 여럿 독립유공자로 서훈되기를 꿈꾼다.

 

▲ 만주로 망명한 안동 여성들의 독립운동을 다룬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의 2011년 전시회 포스터 사진 = 민족문제연구소
▲ 만주로 망명한 안동 여성들의 독립운동을 다룬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의 2011년 전시회 포스터 사진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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