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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체결의 담대한 여정
이의엽 칼럼  |  tlqkd6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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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31  15: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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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 기획홍보위원장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21일 시작되었다.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은 북·미 대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응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화염과 분노", "종말과 파멸", "군사적 장전 완료" 등의 위협 발언과 함께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키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위협에 맞서 북한이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한반도에 최고조의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전략 폭격의 발진기지로서 한국전쟁 당시 B-29 폭격기가 이곳에서 출격해 북한을 폭격했었다. 긴장감이 조금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상황 변화는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긴장 고조 속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에 대한 우리 모두의 한결같은 염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긴장이 고조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전쟁 위험은 정전체제의 불안정성과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쟁 위기는 역설적으로 평화협정의 체결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다. 평화협정이란 무엇인가? 전쟁은 교전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교전상대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조치가 바로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시지탄의 과제이다.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정전체제가 무력화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정세가 불안정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정전협정 제60항은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령관은 쌍방의 관계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삼개월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거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를 협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춘 상태로,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가 64년간 지속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평화협정 체결이 불가피하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의 대북 핵위협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고 하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려면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폐기와 핵위협 제거이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평화협정 체결 외에 다른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베를린 연설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평화협정 체결로 향하는 "담대한 여정"은 순탄한 길이 아니다. 미국은 어떻게든 평화협정 체결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미국이 마냥 대북 협상을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됐다. 미국 내에서 다양한 대북 협상론이 나오고 있다. '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 시험을 중단하면(폐기가 아니라)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들이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핵 동결만 해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고, 북·미가 뉴욕 등에서 비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동결토록 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외교적 협상을 고려해야 한다"고까지 발언했다. 배넌이 해임되기는 했지만 주한미군 철수 카드가 백악관 내에서 그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북핵 문제 해결에 평화협정 체결이 대안이 될 수 있고 주한 미군이 이슈가 될 것'이라는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평화협정 체결은 단기간 안에 쉽게 타결되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 정전협정은 64년 넘게 청산하지 못한 적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커녕 공론화조차 쉽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만큼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는 “담대한 여정”은 숱한 고비와 난관의 과정을 뚫고 전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의 9년 적폐 청산도 간단치 않은데, 하물며 정전체제 64년 적폐의 청산이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도도한 흐름은 막을 수 없는 추세이다. 2017년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 고조와 전쟁 위기의 엄중한 정세가 일깨워주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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