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어폴로지(원제 : 나비의 눈물)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3국의 세여성의 삶 담담하게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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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폴로지The Apology(원제 : 나비의 눈물)’은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이 일제강점기 ‘성노예’로 끌려간 한국의 길원옥, 중국의 차오,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와 6년동안 동거동락하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시네필상을 수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성노예는 전세계적으로 20만명이 넘는다.

 

감독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다르게 살아가는 세 할머니의 일상을 담담하고 과감없이 보여준다. 차오, 아델라 할머니와 다르게 길원옥 할머니는 수요시위에 매주 참석하고 일본에 가서 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평양이 고향인 할머니는 중국에서 열리는 남북여성공동회의에 참석해 과거 청산과 자주 통일에 대한 연설을 한다. 일본정부에게 반성과 사과를 바라면서 일본에서 시위를 하는 길원옥 할머니에게 던져지는 ‘창녀라느니’, ‘돈을 뜯으러 왔다느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러고 있냐’는 등 일본 내 우익단체들의 막말·비난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한편으로는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정부와 일본 시민들, 그들은 그들의 역사 앞에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가. 정말 부끄러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차오 할머니는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간다. 그녀는 위안소에서 일본군 아이 둘을 낳고 낳자마자 죽여야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50이 넘어서 딸을 입양했다.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는 위안부모임에는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성노예였다는 사실을. 그녀의 아들은 “진즉 사실을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당신의 상처와 아픔을 가족과 함께 나누길 바란 것이다. 한국의 수요집회 장면을 보고 꼭 참석해보고 싶다던 아델라 할머니는 삶을 마감하셨다.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진심어린 ‘사과’ ........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냐는 물음에 한 할머니는 “귀한 집 귀한 딸로 태어나, 시집가서 잘사는 것”이라고...

 

“하루도 사람 사는 것마냥 산적이 없어”,

“오늘날까지 평화로운 삶을 사질 못하고 억지로 살고 있는 거야”

“전쟁 안 끝났어”

“혼자 있을 때면 그때로 돌아가, 아직 거기 있는 거야”

“심장에 박힌 가시를 뽑고 싶어”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됐어”

 

2016년 12월 28일 촛불혁명이 한참인 와중에 한일위안부합의가 이루어졌다. 일본정부는 과거의 기억과 책임감을 10억엔으로 구입한 것이며 소녀상 철거를 아주 당당하게 요구했다. 한국정부는 10억엔을 받고 국가의 자존심을 팔았고 할머니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칼을 꽂은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 그리고 공식적인 사과 없이 돈 몇푼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식민지시기 성노예를 다룬 영화는 ‘낮은목소리1.2.3’(1995-2008)부터 ‘나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2009), ‘그리고 싶은 것’(2013), ‘눈길“(2017)’, 그리고 ‘귀향’, 중국의 ‘진링의 13소녀’, 독일의 ‘베를린의 여인’(2008) 등이 있다.

 

역사가 ‘위안부’라 낙인찍는다 해도, 우리에게 그냥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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