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전교조 설립신고와 밀접한 ILO 핵심협약

ILO 협약 87호, 노조 설립·운영의 권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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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난 달 19일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운영 과제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93쪽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ILO 협약 중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협약인 제29호와 제105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 제98호에 대한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협약 중 제87호와 제98호는 노동조합 설립과 노사간 자율적 단체교섭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설립신고 문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협약은 제87호다.

ILO 협약 제87호, 어떤 내용 담고 있나?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1948년 7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LO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현재까지 150여 국가가 비준한 협약이다.

총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87호 협약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하고 운영함에 있어 공공기관에 의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0년 발행한 『ILO 주요 협약』 87호 항목을 살펴보면 노동자들이 “사전 인가를 받지 않고 단체를 설립할 권리”와 그 단체의 “규약, 규칙을 작성하고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 있다.

또한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 “근로자 단체 및 사용자 단체는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결사의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침해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87호 협약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 협약을 비준할 수 없었던 이유는 명백해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고용노동부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공무원노조가 5차례 낸 설립신고를 모두 반려했다. 헌법과 법률이 노동조합의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 온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설립신고 반려 이유를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포함돼 있음을 문제 삼았다. 전교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해직 교사들이 조합원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2013년 10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고 이후 전교조는 공무원노조와 함께 법외 노조로 머물러 있다.

학습지교사‧레미콘운송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유니온과 이주노동자노조도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노동조합 설립과 그 운영에 관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간섭함으로써 ILO 협약 제87호를 명백히 위배하고 있는 셈이다.

ILO 협약 비준 절차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주요 공약이다. 한국 정부는 1991년 OECD 가입 당시 한국의 노동기본권을 국제적 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ILO 협약 비준은 법제처 검토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한 후 비준서를 ILO에 기탁하면 기탁한 날로부터 1년 뒤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으로 발효된다. 이 경우는 협약이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는 경우다. 국내법과 충돌하거나 예산상 조치가 필요한 경우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ILO 협약 제87호와 같이 국내법과 상충하는 경우 국회 동의 절차가 필수적”이라면서 “민주노총 법률원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재가만으로 협약이 비준된다면 제87호 협약은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 정도의 효력만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노조법은 ILO 협약 제87조과는 명백히 어긋난 것이다.

협약 제87조가 국회 동의와 국내법 개정 등의 절차로 인해 협약 비준에는 1~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ILO 협약 비준이나 법 개정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결단을 통해 ‘지금 당장’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게 설립신고증을 교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17일, 문재인 정부 100일을 맞아 공동 주최한 합동 기자회견에서 ILO 협약 비준과 법 개정을 요구하면서도 “행정부의 권한으로 법외노조를 즉각 철회하고 공무원과 교사의 노조할 권리를 지금 당장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ILO 핵심 협약 비준과 관련해서는 양대 노총도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양대노총은 이달 22일 ILO 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시작으로 9월 정기 국회에서 협약 비준을 목표로 삼아 문재인 정부를 압박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5월 24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결의안’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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