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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은 선이고 북한 핵은 악인가?
이의엽  |  chanumul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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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6  1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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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엽 전공안탄압대책위원회 기획홍보위원장

 

지난 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비행시간은 39분, 정점고도는 2802km, 비행거리는 933km라고 한다. ICBM은 사거리 55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일컫는다. 최대 사거리는 최고 정점고도의 3배에 달하므로 화성-14형 미사일의 사거리는 8000k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북한이 화성-14형을 실전 배치하면, 미국의 알래스카와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가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북한은 2006년 이후 다섯 번의 핵 실험과 이번 ICBM 성공으로 세계 9번째 핵보유국이 됐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과 개입’ 정책은 미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느냐 마느냐는 이미 끝난 얘기다. 미국이 북한을 자신의 적대국이기 때문에 절대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주관적인 아집에 지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ICBM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하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독립기념일에 보란 듯이 ICBM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이 정확한 상황 판단조차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금껏 미국은 자신의 핵무기는 평화를 지키는 좋은 것이고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는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것이라는 이중 잣대를 적용해 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북한의 핵 개발이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협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과연 그런가? 미국 핵은 평화를 지키는 좋은 것이고 북한 핵은 평화를 해치는 나쁜 것인가? 핵무기에 선악이 따로 있단 말인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핵무기를 개발했고 7천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며 유일하게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했던 나라다. 미국은 핵무기를 앞세운 압도적 군사력으로 패권을 휘두르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과 압박을 자행해 왔으며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자국의 이권을 강요하고 관철시켜 왔다. 미국의 핵무기는 미국 패권주의의 핵심 지렛대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정세 불안정을 초래하는 화근인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핵에 의한 위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저항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에 맞서 자주권을 지키려는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시도하게 되고 결국 핵무기 확산으로 나타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이야말로 세계 최대의 핵 위협과 핵 확산 세력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은 1990년대 초 이후 30년 가까이 '북핵 불용'을 외쳐왔지만 그 결과는 북핵 보유다.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은 지난 60여 년간 미국의 핵정책이 불러온 결과라는 것이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온 국가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핵 개발을 확고하게 결정한 것은 2003년 4월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3월 20일 직후다. 후세인의 운명을 보면서 핵 개발을 결심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중 잣대가 있다. 대다수 언론들은 북한의 미사일실험에 대하여 ‘위협’과 ‘도발’로 규정하고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떤다. 정말로 그러한가? 지난 몇 달 사이 인도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Agni-2와 중장거리 Agni-3 탄도미사일, 그리고 ICBM Agni-5를 실험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파키스탄이 다탄두탑재가 가능한 Ababeel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실험하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ICBM을 발사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면서 자신의 미니트맨3과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나라들의 미사일 실험에 대해 누구도 ‘도발’이라고 규탄하지 않으며, 유엔이 나서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대해서만 오로지 ‘위협’이고 ‘도발’이란다. 이보다 더한 이중 잣대가 또 있을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대다수 언론들이 이것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엔 헌장이나 국제법의 어느 조항에도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가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명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다른 모든 나라들은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에 대하여 유엔으로부터 제재를 당하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의하도록 했을 뿐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이중 잣대는 미국의 횡포일 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려면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한 합리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북핵 문제의 뿌리는 미국 핵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채 핵무기를 지렛대로 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무비판적으로 맹종하는 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무지와 맹목은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북핵이 문제가 아니라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지와 맹목이 더 큰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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