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을 맞아 헌법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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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헌국회 헌법 공포 기념사진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제공
▲ 제헌국회 헌법 공포 기념사진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제공

 

7월 17일은 제헌헌법이 제정된 날 곧 제헌절이다. 제헌이 ‘헌법을 만든다’는 뜻이니 제헌헌법은 풀어 쓰면 ‘헌법을 만드는 헌법’이 된다. 일종의 형용 모순인데도 1948년 7월 17일 제헌국회에서 첫 헌법을 공표한 이래 지금까지도 제헌헌법이라는 말이 계속 쓰일 만큼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행 헌법의 모태는 당연히 제헌헌법이다. 많은 사람이 제헌헌법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론과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제헌헌법은 독립운동 세력의 다양한 국가건설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의 헌법구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진영의 국가건설론은 좌우를 뛰어넘어 서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임시정부가 해방을 앞두고 좌우합작을 이룬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헌법을 개정하면서 대한민국임시헌장 서문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 기타 일절 제도에 자유, 평등 및 진보를 기본정신으로 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건립되었음을 선언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시정부를 포함한 독립운동 세력이 갖고 있던,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민주공화국 구상은 해방정국기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미쳤고 다시 그 영향 아래 독립운동의 지향성을 담은 제헌헌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제헌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적혀 있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 전문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적혀 있다.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출범한 지 98년이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북한이 말하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수립보다 29년이 앞선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헌법에 적힌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독립운동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고도 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독립운동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세력은 독립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예외 없이 다른 세력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각 세력의 국가건설론이 서로 수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임시정부를 비롯해 각 독립운동 세력이 밝힌 국가건설 구상은 거의 비슷했다. 민주공화제 국가를 만들어 국민(또는 인민)의 자유와 평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데 대해서는 모든 독립운동 세력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흔히 우파와 좌파 사이에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고 생각하기 쉬운 경제체제 구상에서도 중요 산업의 국유화, 중소자본 활동의 보장, 토지개혁, 노동자 권익 보호 등의 공통요소가 발견된다.

제헌헌법이 전문에서 ‘균등’을 새로 세워질 국가의 핵심 가치로 제시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 문장으로 된 제헌헌법의 전문에는 “각인의 기회 균등” 또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라는 표현이 거푸 나타난다. “각인의 기회 균등”과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라는 구절은 현행 헌법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헌법상으로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평등주의의 이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차례의 개헌 과정을 거치면서 제헌헌법의 성격은 상당히 바뀌었다. 그렇지만 현행 헌법도 그 자체로는 이상적이다. 문제는 그러한 헌법이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독립운동에서 이루려고 한, 그리하여 제헌헌법에서 구체화된, 모든 사람 아니 최소한 더 많은 사람의 자유와 권리와 평등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민주공화제 출범 100년을 앞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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