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대통령을 비판한 네루다와 그를 쫓는 경찰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과 소통 영화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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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독일이 통일되기 5년 전 동독의 예술가들의 삶을 감시하는 비밀경찰 슈타지와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꿈꾸는 예술가들의 삶을 슈타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영화이다. 슈타지는 그들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점점 그들의 삶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며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영화 ‘네루다’ 역시 네루다를 쫓는 경찰과 네루다와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다. 1946년 대통령에 취임한 곤잘레스는 공산당과 체결한 협약을 파기한다. 영화는 이에 격분한 네루다가 의회에 등장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인 1948년 칠레는 혼돈의 시기였다. 국민을 통제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민중봉기를 진압하는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반발한 네루다는 의회에서 <나는 고발한다>라는 연설을 함으로써 상원의원 면책특권을 박탈당하고 국가원수 모독죄로 고발당한다. 대통령 곤잘레스는 ‘공산당 반역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네루다를 잡기위해 오스카를 보내지만 네루다를 향한 칠레 민중들의 사랑과 존경은 더욱 굳건해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네루다라기보다는 그를 쫓는 비밀경찰 오스카이다. 오스카는 아버지가 누군인지도 모른 채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성이 같다는 이유로 칠레의 전설적인 경찰을 자신의 아버지로 떠받들며 네루다의 뒤를 쫓는다. 하지만 오스카는 네루다보다 항상 한 발 늦는다. 그리고 네루다가 남기고 간 흔적을 보면서 서서히 네루다에게 물들어간다. 그의 시와 그의 글과 그의 냄새를 맡으며....... 오스카의 시선에서 네루다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닌 아집과 독선, 부르주아 근성이 넘쳐나고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자였다.

그런 네루다가 쓴 시를 보면서 칠레의 귀족들이 천대하는 하찮은 ‘민중’이 본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네루다는 뻔히 안다는 듯이 비웃으며 한 발자국 앞서 나간다. 도망 중인 가운데에서도 그는 민중들을 위해 수많은 시를 써내려간다.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화려한 듯 보이지만 어두운 영상이 교차된다. 오스카와 네루다 두 사람 각자의 독백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 대화하는 듯 느껴진다. 서로가 교감하고 소통하는 사이처럼 보인다.

네루다의 삶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가 유럽 망명 시기 카프리 섬에 머물 때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 <네루다>는 정치가로서의 네루다를 보여주지만 <일 포스티노>는 시인으로서의 네루다를 잔잔하고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이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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