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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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원회 기획홍보위원장
▲ 이의엽 전 공안탄압대책위원회 기획홍보위원장

6월 총파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총파업인 만큼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새로운 정세의 요구에 맞게 사회적 총파업을 성사시킴으로써 촛불 혁명의 주역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재삼 확인하거니와 촛불 혁명으로 정세가 ‘사수’에서 ‘쟁취’로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권리 쟁취는커녕 개악 저지와 권리 사수가 최선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이제 개악 저지가 아니라 개선 쟁취의 국면이 열렸다. 전환기의 요구에 맞게 공수(攻守)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부당하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정당한 요구를 쟁취함으로써 노동자의 삶이 향상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나서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임승차는 노동자의 자세가 아니다. 노동자가 6월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다.

6월 총파업 조직화가 한창이다. 그런데 조직화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지금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이 간단치 않다. 민주노조운동이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87년 민주노조운동을 시작했던 87세대 간부들은 정년이 돼 현장을 떠났거나 정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7년 IMF 이후 험난한 사수투쟁을 감당해야 했던 97세대 간부들은 심신이 지치고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 새 세대 노동운동 간부의 발굴 성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모범 사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승리를 기약하기 어려운 장기투쟁이기 일쑤다.

대단히 역설적인 상황이다. 촛불 혁명으로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쓰고 이제 바야흐로 개선 쟁취의 새 국면이 열렸는데, 정작 노동운동 주체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니…. 오래전부터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노동운동 간부의 심신 상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노동운동의 위기가 아닐까?

자본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노동자의 삶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이명박-박근혜 9년 세월이야 새삼 말해 무엇 하랴. 이명박 치하에서 3년 옥고를 치렀던 한상균 위원장이 박근혜가 파면돼 감옥에 끌려간 지금도 여전히 춘천교도소에 갇혀 있지 않은가? 노동자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개척해나가는 민주노조 간부들에게 고난과 시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테고, 앞장서서 투쟁하는 간부들의 심신이 지치는 것은 어쩌면 불가항력일 것이다. 강철도 녹이 스는데 사람인들 오죽하겠는가? 능히 그럴 수 있고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동지와 대중 탓을 하거나 간부 개개인의 의지를 나무랄 일이 아니다.

돌아보면, 노동자가 지난 고난의 세월 동안 숱한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온갖 탄압을 뚫고 굴함 없이 투쟁했던 것은 오늘과 같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촛불 혁명 이후 노동자가 그토록 염원했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세상을 뒤집자!’는 구호가 말해주듯이, 한국 사회의 모순과 적폐를 일거에 싹 청산하고 단번에 사회 대개혁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다. 그러나 세상을 뒤집는 일이 어디 손바닥 뒤집듯이 간단한 일인가? 우리는 지난 촛불 혁명에서 배웠다.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세상을 바꾸는 지혜라는 것을. 갈 길이 멀수록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

모름지기 세상사란 첫 발을 떼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이제부터, 나부터 새롭게 다짐하고 첫걸음을 내딛는 다짐과 결심이 필요한 때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시대가 격변하고 있는 때에 간부가 시대의 전환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현상부터 시급히 바꿔야 할 것이다. 과거의 경험이 관성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시대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기에 과거의 경험과 관성이 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전환기를 바라보는 과학적 인식, 정세의 변화를 꿰뚫어보는 예리한 시각을 갖춰야 할 때다. 학습과 토론이 중요한 이유다.

▲ 지난 6월 14일 6.30사회적 총파업을 결의하기 위한 민주노총 단위사업장대표결의대회
▲ 지난 6월 14일 6.30사회적 총파업을 결의하기 위한 민주노총 단위사업장대표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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