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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적폐 청산은 우리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투쟁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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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13: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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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한국의 노동현실은 심각하다. 노동자의 50%가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고용이 불안하여 미래의 희망을 잃고 있다. 조직률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광장을 뜨겁게 달군 촛불은 '국정농단'만이 아니라 이런 헬조선의 현실에 분노한 이들이 모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노동적폐 청산은 새로운 정부의 중요한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폐지했다. 그래서 정부에 많은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현실은 재벌대기업의 탐욕이 권력화되고, 법과 제도는 그것을 뒷받침하며, 사법권력과 사회분위기가 노동자 투쟁을 불온시하면서 악화되었다. 따라서 '노동적폐 청산은 대통령 지시 하나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우리 노동자들이 뭉치고 투쟁할 때만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비정규직 철폐가 노동적폐 청산의 일순위

'노동적폐 청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철폐이다. '비정규직 철폐'란 단지 '고용형태'만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도구였으므로 이를 되돌려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 상시업무에 일한다면 함부로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 자신의 노동조건을 집단적인 힘으로 쟁취할 권리, 함부로 차별당하지 않고 자긍심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화'를 한다고 하면서도 '고용불안'에만 초점을 맞춰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언급하고, 고용은 안정시켜줄테니 차별을 감수하라고 이야기한다. '정규직화'를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시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철폐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상시업무 정규직화'를 고용의 원칙으로 명시하는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함으로써 기업의 권력에 대항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규직화' 논의에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직은 시혜의 대상이 되고, 소위 '전문가'들의 목소리만 들리고 있기에 매우 우려스럽다. 또한 '정규직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동양시멘트나 아사히글라스 등 해고되어 거리로 내몰린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우선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제도들을 바꾸자

'비정규직 철폐'만큼 중요한 것이 '노조할 권리'이다. 재벌대기업의 권력이 전반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려면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이 중요하다. 우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법을 개정해야 하고, 단결권에 대한 ILO 핵심조약을 비준해야 한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제대로 역할을 할 때 사회의 공공성도 지켜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별협약을 제도화해서 노동자들이 개별사업장의 문제와 임단협을 넘어서서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손배가압류도 없애야 한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동회의소'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관변단체를 만들기보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 결성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노조법 2조' 개정, 즉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훼손하도록 용인하는 '교섭창구단일화'도 폐지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는 누군가 시혜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쟁취하는 것이며, 그를 위해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악법을 시급히 없애야 한다.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

'생존의 권리'를 위해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하면 '중소상공인들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질문한다. 그런데 지금의 최저임금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이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전제하고, 문제가 생기는 중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하면 된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하청업체와 중소상공인을 수탈하고, 노동자들의 저임금구조로 유지해온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공익위원들이 결정하도록 만든 최저임금 결정구조도 바꾸어야 한다.

기득권자들은 '양극화' 운운하며 정규직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올리는 일은 외면한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선을 올림으로써 노동자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어렵게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오히려 제약하고 있는 현재의 법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가사노동자와 간병노동자,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 감시·단속직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온전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집배원이나 운송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 '적용 제외' 조항들을 없애고 가장 아래로부터 권리를 확장시키는 것이 '노동적폐'를 제대로 청산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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