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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를 완전히 불식하자!
김성란 (민주노총 전 교선실장. 현재 안식년 중)  |  ksl66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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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13: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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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이 열어놓은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문

 

   
민주노총 전 교선실장. 현재 안식년 중

21세기 최대, 최고속 촛불혁명은 지긋지긋했던 이명박근혜 9년의 시간을 종식하고 새로운 중도개혁정부를 탄생시켰다. 벌써 보수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는 이미지 정치에 능한 것 같다’며 폄훼하기도 하지만 새 대통령이 보이는 소통 행보, 격식 파괴 행보들은 억눌려 있던 국민들 가슴에 선듯선듯한 시원함을 안겨주며 다시 상식이 살아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흥얼거리게 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40여 일 동안 ‘인사’에서의 한계와 패착이 드러나긴 했지만 촛불의 요구였던 지난 기간의 적폐를 건드리고 나라를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에 착수하고 있다는 점, 집권 초기에 맘먹은 정책들을 빠르게 현실화시키겠다는 나름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촛불의 명령은 여전히 생활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위대한 국민 혁명의 힘으로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문 앞에 서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시대를 맞아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수십 년을 달려온 우리 노동자의 몫은 무엇인가에 대해 천착하여 제대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촛불혁명의 높이에 맞게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도록 강제하고 투쟁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성과연봉제 폐기와 대안의 임금체계 논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제 몫을 해내야 하는 첫 시작점이 될 것이다.

 

성과연봉제를 폐기시킨 것은 바로 노동자들의 완강한 투쟁의 힘과 촛불의 힘

기획재정부가 6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방안’을 의결했다. 내용은 2016년 1월 발표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의 이행기한을 없애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기한 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인건비 동결 등 불이익을 준다는 조항과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항목도 삭제됐다. 2016년 1월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공무원들의 차등성과급제 역시 전면화되었다는 점에서 당연히 이 역시 동반 폐기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앞장서서 공무원 사회에 경쟁체제 유지 필요성 등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내세우며 성과연봉제와 차등성과급제를 분리하려는 물타기 시도가 보인다. 이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들로 공무원노조가 주동적으로 제기하여 분명한 정부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투쟁을 통해 완전히 폐기시켜야 한다.

성과연봉제 폐기는 문재인 정부가 던져준 선물이 아니다. 성과연봉제가 폐기되기까지의 과정을 주체적인 평가해야 한다. 한마디로 폐기 도장은 문재인 정부가 찍었지만 도장을 찍게 만든 것은 바로 지난 2년 간 지속해온 노동자의 투쟁이며 촛불의 힘이다. 최근 2년간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반박근혜투쟁 최전선이었다. 전체 공공기관 중 48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온갖 수단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했지만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투쟁을 비롯하여 불법 이사회 강행처리에 맞선 법적 투쟁까지 쉼 없는 투쟁을 전개했고 촛불의 광장과 결합하여 성과연봉제의 문제점을 범국민적으로 알려내고 사회적 폐기 공감대를 확장해냈다. 여기에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 노동자들이 제기했던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이 승소하고 유사 줄소송이 예고된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성과연봉제 폐기는 시간의 문제일 뿐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노동자의 투쟁과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가 선거과정에 공약하고 이처럼 빨리 성과연봉제 폐기를 선언했을까. 결코 아니다.

 

지는 성과급제, 뜨는 직무급제, 도진개진의 위험성

하나의 뿌리에 여러 개의 가지가 나고 잎사귀가 핀다. 성과급제나 직무급제나 결과적으로 한 뿌리에서 나온 다른 줄기다. 즉 임금차별을 합법화한다는 점에서 그 뿌리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급제의 대안으로 직무급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해외 공공기관의 직급체계, 기본급 구조, 기본급 조정방식, 고정급과 성과급 비율 등 임금체계 제도와 운영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조사 대상국 중 일본을 제외한 유럽이나 미국 등은 모두 직무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직무급제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아야 한다. 공공부문 임금체계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투쟁이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직무급제는 보통 세 가지 정도의 기준과 특징으로 요약한다. 첫째 직무의 성격과 난이도와 책임의 정도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며 둘째 각 지위의 직무가 가지는 상대적 가치를 분석 평가하여 그에 적정한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이며 셋째로 근속연수, 나이, 성별 등 개인 특성과 관계없이 직무에 따라 임금액을 결정함으로써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는 임금제도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일부 직종에서 도입되었으나 극소수였고,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다시 활발히 논의되다가 2013년 통상임금에 성과급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등으로 다시 유력한 대안적 임금체계로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으로 직무급제을 기업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직무급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도입이 검토, 시도되어오고 있는 임금체계로 연공급보다 성과주의에 친화적인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노사합의’를 옵션으로 둘 가능성 정도다.

이렇게 진작부터 시도해온 직무급제가 딱히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뭘까. 현실 적용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직무급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직무분석을 통한 각 직무의 상대적 가치 평가 △직무분석 과정에서는 직위별로 업무 내용을 조사해 직무 분류기준 결정 △각 직무별 평가 시행 △직무별 임금수준을 결정할 때 직무별 시장 급여수준도 필수 조사 반영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실제 직무평가 기준과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분명해야 하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직무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직무 이동 때마다 평가기준을 재설정해야 하는 등 평가 작업 자체도 많은 복잡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당연히 집행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소지도 많아짐으로써 성과급제에서 나타나는 문제들과도 유사성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노사, 노정이 설령 직무급제를 검토한다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매무 면밀한 검토와 연구를 거치지 않고서는 시행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럴진대 만약 정부가 몇 개 연구보고서에 의거하여 얼렁뚱땅 대충대충 직무급제를 밀어붙이거나 강요하려 한다면 성과급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과 대립이 다시 반복될 소지가 농후하다.

 

노동자 단결과 평등, 함께 사는 공동체 정신, 돈보다 사람중심의 가치가 담긴 대안적 임금체계로!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철밥통 이데올로기의 근거로 삼으며 무조건 악으로 치부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이데올로기와 연계된 것으로 결코 정당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어 있던 신자유주의체제 이전에는 연공급제 임금체계가 별 문제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그 이면에는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든 노동자 간의 임금차이를 두어 사용자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하고 차별임금을 기재로 분할적 노무관리체제를 강화하려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체제 강화의 의도가 깔려있다.

본래 임금체계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몫을 결정하는 것이며 모든 노동자들로 하여금 임금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인식하게 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임금체계는 쉽게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또한 임금체계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과 실리만을 타산하여 만들어진 임의의 제도가 아니라 각 나라마다 사회역사적인 발전 과정에서 그 사회의 문화와 보편적 기준, 정서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발전해 오는 역사적 산물이다. 같은 직무급제라도 독일과 미국이 다르고, 같은 연공급제라도 한국과 일본이 다른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임금체계의 근저에는 그 사회의 가치와 지향이 담겨있다.

대안적 임금체계가 모색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보편적 기준으로 임금체계를 결정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지금의 추세를 따라 고용과 임금 등을 포괄한 노동유연화를 기본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쟁체제를 우리의 보편적 기준과 가치로 인정하고 이를 임금체계와 결합하는 것에 합의하는 길이다. 둘째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체제를 극복하고 함께 사는 공동체 정신, 노동자의 단결과 평등의 정신, 돈보다는 사람중심의 정신을 노동자의 기준과 가치로 삼고 그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를 제시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해나가는 길이다.

당연히 우리 답은 후자다. 지난 촛불혁명에 비친 국민대중의 요구와 지향은 신자유주의 20년이 강요한 생존의 추락, 인간성의 추락을 넘어 새로운 대안적 가치 세우기였다. 세계적으로도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경제위기 상시화, 빈곤의 세계화는 더욱 가속되었다. 급기야 신자유주의 종주국이자 한 세기를 일국 패권의 시대로 장식해온 미국마저 자국 살리기에 급급하게 되었고,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EU체제 역시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명백히 몰락하고 있다. 몰락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을 이유는 하등에 없지 않은가. 그것도 반노동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이라는 가치를.

성과주의는 자본의 가치이자 ‘갑’의 가치다. 성과주의를 완전히 불식하고 모든 노동자의 지향과 가치를 담아내는 임금체계를 주동적으로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확대해가는 보다 공세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본격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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