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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우표 유감
이준식  |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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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13: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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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의 광장에서 불타올랐던 촛불의 힘은 위대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앞세운 평화적인 집회 하나만으로 박근혜 정권에 의해 유린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시민혁명을 이끌어냈다. 촛불시민들은 애초에 박근혜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요구는 적폐청산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적폐청산 구호에는 박근혜정권의 퇴진이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정권 이래 우리 사회에 쌓여온 온갖 모순과 폐해를 청산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경유착, 권언유착, 권검유착, 부정부패, 인권탄압, 노동탄압, 지역주의 등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 온갖 어두운 그림자를 드려온 박정희체제의 유산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 촛불시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대통령은 후보 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촛불집회를 촛불시민혁명으로 불렀다. 그리고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정부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촛불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히 대통령을 바꾸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부정과 불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을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달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문재인정부의 출범을 가능하게 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뜨거운 지지가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연히 문재인정부에게는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작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우정사업본부에서 박정희가 태어난 지 100년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겠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은 박근혜 탄핵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5월에 결정되었다. 심의위원회 참석자 전원이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에 찬성했다고 한다. 같은 심의위원회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이자 많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김구의 유작인 『백범일지』 발간 70주년 기념우표 발행은 부결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우표류 발행세칙’에는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일부 박정희교 광신자들은 박정희를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떠받든다. 그러나 많은 국민에게 박정희는 일본제국과 천황에게 죽음으로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서한 친일군인이자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일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구집권을 위해 헌법을 마음대로 고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긴급조치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인권을 철저하게 유린했다. 박정희체제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고초를 겪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박정희체제에서 핍박을 받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한은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권의 퇴진과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박정희체제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정희체제의 유산을 청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촛불시민혁명에 대한 반동은 분명히 존재한다. 보수언론의 반동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성할 줄 모르는 박근혜정권의 잔당은 아직도 반동의 칼날을 갈고 있다. 그러니 더욱 더 두 눈을 부릅뜨고 반동에 맞서야 한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라는 데서는 박근혜정권이 위기에 몰린 작년 말에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전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을 치우고 그 자리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자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박정희체제의 유산을 청산하는 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박정희 기념사업의 중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권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결정의 취소야말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 국가공무원노조와 민족문제연구소가 6월 22일 국민인수위원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 사진 =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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