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과잉대응 등 부작용, 방역체계 정비 목소리 높아져

"AI 살처분 의존…문제 많아,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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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과 4일 제주에서 최초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판정이 난 후 닷새 만인 7일 현재 전국의 가금류 14만4400여 마리가 살처분된 가운데 살처분이 과연 AI 확산 방지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03년 국내에 AI가 처음 발생한 후 방역당국은 살처분을 주요 대응책으로 삼아왔지만 AI는 그동안 더욱 확산돼 왔을 뿐 아니라 수많은 동물을 생매장하는 것은 과잉대응과 동물학대라는 비난,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들의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살처분은 이산화탄소(Co₂) 가스로 가금류를 안락시킨 뒤 매립‧소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감염 가축뿐 아니라 AI 발생농장에서 ‘보호지역’으로 불리는 반경 500m~3km 내에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한다.

‘예방적 살처분’은 말 그대로 예방적 차원에서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가금류까지 생매장시키는 정책이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인해 매몰되는 가금류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해 11월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AI로 인해 약 두 달 동안에만 국내 사육량의 19.8%에 해당하는 3271만 마리가 살처분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피해 농가에 237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치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결국 가금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과잉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MBC 충북 NEWS(2016년 12월 19일) 뉴스 화면 갈무리
▲ MBC 충북 NEWS(2016년 12월 19일) 뉴스 화면 갈무리

정부는 또한 살처분이 바이러스 박멸을 위한 강력하고 신속한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예방적 살처분’의 잔인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의 동물보호단체는 “예방적 차원에서 AI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3km 광범위한 지역 내의 모든 닭과 오리를 싹쓸이로 죽이는 것은 무모하고 무식한 정책”이라며 “예방적 살처분은 외국에서 전례가 없는 매우 비과학적이면서 잔인한 동물학대이자 동물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살처분 모범 사례로 드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발생 농장에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그 외 역학농장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AI가 자주 발생하는 중국의 경우 백신 정책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 또한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바이러스가 백신보다 빠르게 변이하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사육방식인 밀집‧밀폐 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동물을 가둬놓고 키우는 방식이 동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을 용이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살처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예찰 체계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농가에서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정부가 정지적으로 모니터링해 의심 증상을 잡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살처분 작업의 정신적 긴장과 AI의 인체감염 우려, 사후처리 등 강도 높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지난 해 12월 27일엔 경북 성주군에서 AI 업무를 보던 40대의 군청 공무원이 과로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윤선문 국장은 “공무원들과 군인, 민간인들이 현장에서 거의 강제 동원하다시피 막무가내로 투입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거기에 동원되는 사람들의 문제들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살처분에만 의존하는 방역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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