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악구지부 독서토론모임 취재

“그 덤덤함에 더 슬프고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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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인가. 의도하진 않았는데 편집실에서 관악지부 독서토론모임을 방문하기로 약속한 그날이 5월 18일이었다. 관악구청 3층에 위치한 관악지부 사무실을 들어서자 관악지부의 염수진 수석부지부장이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매달 마지막 주에 정기모임을 하지만 일부러 퇴근시간에 시간을 내고 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최근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토론한 소감이 무엇인지 각자 얘기해보기로 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정부 차원의 5.18 민중항쟁 37주년 기념식 얘기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교육사업과 유경란씨(50대)는 기념식때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함께 제창되는 걸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이제야 뭔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훼손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 정권때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분들도 어서 빨리 나오셔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가정복지과 장미씨(30대)는 5.18 기념식때 문재인 대통령이 유족을 안아준 장면을 보고 울음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 온 국민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 장면이다. 이제는 우리가 5.18 유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모임의 막내, 교육사업과 임정은씨(20대)는 안산 출신이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세월호 참사때 돌아가시는 일을 겪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또 다른 5.18이다. 역사책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5.18의 진실과 잔혹함을 ‘소년이 온다’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 한강이 굉장히 덤덤하게 글을 써내려가잖아요. 그 덤덤함에 더 가슴이 무너지고 슬펐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염수진씨(건축과, 40대)는 ‘소년이 온다’를 전 국민의 필독도서로 선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5.18의 진실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광주를 보듬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대선 전 전두환 회고록이 나왔었죠. 5.18을 일으킨 당시 최고권력자로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왜곡과 거짓말만 하는 걸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올랐어요. 단죄하지 않은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는 걸 느꼈구요.”

장미씨도 한 마디 거든다. “감옥에 간 범죄자 박근혜는 절대 사면시켜 주면 안 돼요.”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고 계신 민원여권과 이윤숙씨(40대)는 ‘소년이 온다’ 토론은 함께 참여하질 못해서 대신 모임에 처음 참여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한다. “염수진 수석부지부장이 내부망에 띄운 독서토론모임 참가자 모집 공지를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여기 오면 직원들이 너무 재미나게 토론하니까 제가 미처 못 읽고 오는 날은 다음에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구요.”

책을 읽는 내내 독서모임 회원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과 답답함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날 도청을 지키던 분들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광주시민들의 심정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보통시민들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보통의 인간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계엄군의 총탄에 잃은 어떤 유족분의 ‘사랑합니다. 아버지...’ 마지막 한 마디가 가슴을 친다. 우리가 먼저 광주시민들의 아픔을 함께 보듬어주고 안아줘야 하지 않을까.

‘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의 에필로그 인용으로 글을 맺는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열 살이었다... 가장 끔찍한 이야기를 덮어두고 말을 이어가는 일의 어려움... 어른들은 목소리를 낮춰 대화했다. 마치 아이들이 감시자인 듯이... ㄷ중학교에서만 셋이 죽고 둘이 실종됐는디, 그 집에서만 애들 둘이... 시상에...라고 여태 가느다란 탄식처럼 추임새를 넣던 엄마가 고개를 수그리고 침묵했다...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밣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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