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조차 없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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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1919년 4월 11일 중국의 상하이에 모인 망명 독립운동가들은  오늘날의 국회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임시의정원에 모여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의 헌법으로 대한민국임시헌장(이하 임시헌장)을 통과시켰다. 임시정부가 출범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임시헌장은 열 조항으로 된 간단한 헌법이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헌법으로까지 이어지는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제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제3조의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절 평등임”, 제5조의 “대한민국의 인민으로 공민자격이 있는 자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있음”이라는 조항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밝힐 게 있다. 당시에는 국민이라는 말보다 인민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었다. 그러니 인민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실제로 1948년에 공포된 제헌헌법도 초안에는 인민으로 적혀 있었다.

제1조, 제3조, 제5조를 모두 합하면 민주공화제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인민은 아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참정권을 갖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당시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던 여성 참정권도 인정을 받았다. 임시정부를 통해 주권재민이라는 민주혁명의 꿈을 담은 대한민국의 이름이 우리 역사에서 처음 등장했다. 1910년 나라가 망했을 때만 해도 대한제국의 주권은 황제에게 있었다. 황제가 유일한 주권자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인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공화제의 나라가 등장했다. 제국에서 민국으로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 대한민국임시헌장(1919)
▲ 대한민국임시헌장(1919)

임시정부가 구상한 민주공화제는 평등과 이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인민은 신분, 계급, 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는 평등한 존재라는 생각이 헌법으로 명문화되었다. 모든 인민이 종교·언론·저작·출판·결사·집회·통신·주소·이전·신체·소유의 자유를 누린다고 규정한 제4조는 평등과 더불어 자유가 대한민국의 핵심가치임을 드러낸 것이다. 임시헌장을 통해 제국의 주권자인 황제가 일제에 넘긴 나라의 주권을 새로 출범하는 민국의 주권자인 인민의 힘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독립운동의 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제를 표방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3·1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1919년 3월 1일부터 국내외 각지에서 자주독립을 요구하며 벌어진 만세시위를 ‘3·1운동’이라고 한다. 현행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만세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주독립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인민이 주권자가 되는 민국에의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민족혁명이자 민주혁명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3·1운동’을 ‘3·1혁명’이라는 올바른 이름으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9년은 ‘3·1혁명’ 100주년이자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민주공화제 출범 100주년이기도 하다. 그런데 헌법 전문에 적혀 있듯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에 3·1혁명기념관이나 임시정부기념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서울시에서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은 서울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마땅하다. 임시정부기념관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2019년 3월과 4월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3·1혁명기념관과 임시정부기념관을 세우기 위한 첫 삽이 떠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동녕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
▲ 이동녕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
▲ 대한민국임시헌장을 기초한 조소앙
▲ 대한민국임시헌장을 기초한 조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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