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선배 해직 공무원의 시

내 사랑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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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고맙고 미안하다
 

                                      민점기

                    

‘청년 민점기’ 이름으로 후배들이 회갑자릴 열었다
최고의 선물, 변함없이 꽃다운 내사랑 덕분이다

외통수 깝깝이 범생이가 번쩍 눈 떠 두 날개 달고서
삼천리를 누볐다. 웅크린 궁뎅이 걷어차 준 당신 덕분이다

하늘만 올려다 본 앙앙불락 못난이가 해고벼락 이겨내고
산새들의 어울림과 들꽃들의 어깨동물 배웠다
땅의 소리 들려준 내사랑 당신 덕분이다

놀램과 설렘 속 우리의 첫 입술은 광장을 달구었다
늦여름 소나기구름 같은 격정의 마흔 다섯
딱 좋을 때 입맞춤한 내사랑 고맙고 고맙다

그런데 미안하다 내사랑 미안하다
처음 울음 울던 탯자리 여기저기 잃어버려 미안하다
해묵은 이혼고통 상처 덧나게 해 미안하다
등짐 봇짐 무겁고 가야 할 길 아직 먼데
또 한 번의 재결합 복원숙제 남겨두어 미안하다
문밖에 서성이는 해고 아우님들 외로움도 미안하다

하지만 믿는다 열 다섯 내사랑을
진창길 불바람 속 거침없이 내달려와
촛불바람 일으킨 한창 나이 내사랑이
폭풍우 눈보라를 꽃바람 꽃길로 완성시켜 주리라는 걸

우린 당신으로 하여 알게 된 달콤 새콤 짭잘 쌉살 얼큰한
인생 맛을 너끈하게 숙성시켜 그대 부름에 달려가리라
내사랑 공무원노조여 고맙고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 민점기 민주노총 전남본부장, 공무원노조 2대 부위원장
▲ 민점기 민주노총 전남본부장, 공무원노조 2대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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