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도 정치기본권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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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민주공화국을 이끄는 힘의 원천은 국민들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천만 촛불항쟁은 그 가치를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새로운 질서에 대한 희망을 주장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국민의 범주에 공무원도 들어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완으로 끝난 87년 6월 항쟁은 “죽 쒀서 개 주지 말자”는 교훈을 남겼다. 촛불항쟁의 완성은 대통령 한 사람 뽑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적폐 청산과 새로운 사회 건설로 모아져야 한다. 탄핵과 조기대선을 이끈 광장의 촛불은 직접정치와 참여민주주의의 정형을 창출했다. 형식적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는 국민들의 직접 참여로 채워지고 있다.

모 정당은 촛불항쟁의 정신을 살려 국민경선 과정을 통해 대선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나섰다. 2백만에 육박하는 참여 열기 속에서 공무원들도 ‘이번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국민경선조차 참여 기회를 박탈당하는 이 현실에 ‘이것도 안 된다는 말인가’ 하는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법적 제한근거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 함은 직무에 해당되는 사항인데도 지나치게 포괄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공무원들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직무상의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업무가 측근비리를 근절하는 일이거나 최고 기관장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국가이데올로기에 대한 복종의 가치만 강요되고 있다.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소신행정은 실종되고 불의를 보고도 침묵해야만 하는 공무원들의 현실, 정치기본권이 주어진다면 공직사회 수많은 적폐들이 청산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윤소하 의원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허용 및 정당 후원을 가능케 하는 지방공무원법 등 5개 법안의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작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정당 후원 자체를 막아놓는 현행법은 위헌이라는 판결도 내놓았다. 역사는 퇴보하지 않고 발전한다는 가정 하에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쟁취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일반 노조에서는 구성원들의 요구가 정치권에 전달되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상당한 힘이 있다. 바로 정치기본권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가 조직의 오랜 숙원사업을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선 정당가입을 비롯한 정치기본권의 쟁취가 필요한 이유이다. 공무원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을 중심에 두고 일을 해나간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정치기본권이 주어지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도 차단할 수 있고 정권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소신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된다.

봄은 왔으나 봄볕은 모든 곳을 구석구석 비추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의 행복한 삶은 곧 정치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소외된 공무원 노동자들도 예외 없이 그것을 자기 삶의 문제로 느낄 수 있는 세상이 어서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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