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둘 다 강하다고 느끼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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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한 이는 필자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 그만큼 페미니즘에 대해 쉽게 쓴 글이다. 아버지인 당신, 지금 연애 중인 당신, 여성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당신, 모든 당신들에게 추천한다.

나의 아버지는 7남매의 장남이며 딸 둘을 키우는 가장이었다. 나는 23살 독립을 할 때까지 ‘어디 여자가’, ‘여자는 그러면 안된다’ 라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듣고 살았다. 대학에 들어가서 파마를 하고 분칠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어디 술집여자처럼 하고 다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대학 다닐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사진기자였던 나는 학내에서 집회를 하던 중 다리가 아파 쇠파이프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한 학번 남자선배가 뒤통수를 치며 ‘사수대’ 싸움 나가는데 어디 감히 여자가 재수 없게 앉느냐며 소리를 치는 것이다. 같이 운동하는 동지가 아니라 나는 재수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한 선배는 “너는 남(남자)들 시선을 끌기 위해 그렇게 옷을 입고 다니냐”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갔다. 나는 내가 좋아서 팔랑 바지를 입고 나는 내가 좋아서 빨강머리 염색을 하고 사자머리를 하고 다닌다. 누가 봐주기를, 누구에게 인정받기를, 관심받기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다. 착각하지 마시라. 미니스커트를 입고, 배꼽티를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하고, 높은 힐을 신는 행위는 남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사랑해서, 내가 나를 아껴서, 내가 나를 꾸미는 시간이 행복해서 하는 것이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가정에서, 대학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받았으리라. 이 책은 “여자는 ~해야 한다. 할 수 없다.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싶은 사람(여성과 남성)을 위한 책이다. 여성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하며 남성들에게 연대를 요청한다.

1977년생인 아디치에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의예학, 정치학, 커뮤니케이션학, 문예창작, 이프리카연구학 등을 전공했으며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 책은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 강연을 정리한 것으로 저자가 성장기에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증조할머니는 결혼하기 싫어하는 남자의 집을 떠나서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권을 박탈당한다고 느끼자 그에 대해 거부했고, 항의했고, 나서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할머니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것은 아닙니다. ……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은 페미니스트로 분류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하지 않는다. UN WOMEN 친선대사인 영화배우 엠마 왓슨(Emma Watson)은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몸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영향을 주는 결정에 대해 관여해야 한다. 전 세계에 성평등을 이루어 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성평등은 당신들의 문제이다. 자신들이 남성답지 않다고 평가될까봐 걱정하지 마라. 영국의 20대, 30대, 40대 남자들은 남성의 성공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성적 고정관념을 버리면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도 익숙해질 것이다. 남성과 여성 둘 다 강하다고 느끼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 다른 두 개의 성이 하나의 스펙트럼이 되어 서로가 다르다고 정의내리지 말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자유와 인권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의 한 구성인 「여성스러운 실수」는 아디치에가 무척 좋아했던 친웨 아줌마의 일화를 기록한 것이다. 친웨 아줌마는 부드럽고 매우 여성스럽고 가정에 충실한 여성인데 알고 보니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희생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서술한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학자 자넬 홉습이 진행한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보다 좀 더 공정한 세상, 스스로에게 좀 더 진실함으로써 좀 더 행복해진 남성들과 좀더 행복해진 여성들이 살아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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