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만에 만든 시대의 봄,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자.

[기고] 문제는 대선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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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봄이다. 기다리던 봄이다. 드디어 시대의 봄날이 왔다.

승리다. 너무나 오랜만에 민심이 승리하였다. 4.19 이후 57년 만에 선출된 권력을 광장의 항쟁으로 임기 내에 종식시켰다.

4개월에 걸친 1600만의 촛불항쟁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장엄한 횃불이 되었다. 박근혜를 파면시킨 촛불은 이제 대리정치의 낡은 시대가 가고 직접정치의 새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역사적 징표다.

이제 시작이라고 다들 말한다. 100% 옳은 말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러면 뭐가 새로운 시작이란 말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교체가 새로운 시작인가? 아니다. 박근혜를 파면시키면서 대선, 즉 정권교체는 패키지로 끝났다고 해도 과하지 않으리라. 민심의 바다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천재지변이 와도 판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대선 후다.

자연에서 계절의 변화는 저절로 흘러간다. 가끔 꽃샘추위가 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계절이 결코 겨울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역사 발전은 계절의 변화처럼 저절로 되는 법이 없다. 방심하다 혹은 준비가 부족하여 역사가 거꾸로 되돌아가는 반동이 자주 있었다. 광장에서의 잠깐의 승리 이후에 쿠데타 등으로 오랜 독재의 탄압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자.

8.15해방 이후 해방된 조국 땅에서 독립투사들과 새로운 세상을 갈망했던 수많은 민중들이 학살당했다. 우리가 압도적 다수였다. 민심도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외세와 1%도 안 되는 극소수 친일 모리배들에게 처절하게 짓밟혔다.

4.19 이후 민주주의와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갈망하는 압도적인 민심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1년 만에 5.16쿠데타로 다시 친일파들의 나라가 되었다. 판이 뒤집어지는 데 딱 1년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뒤 우리는 18년 민주주의 암흑의 시대를 살았다.

독재자의 암살로 왔던 80년 서울의 봄은 너무나 짧았다. 찰나에 지나버린 딱 반년이었다.

아! 오월, 그 뜨겁고 위대했던 광주 항쟁이 끝나면서 판은 뒤집어졌고 전두환 독재정권이 시작되었다.

87년 6월 항쟁으로 우리는 전투경찰이 장악한 광장을 해방시키고 광장의 주인이 되었다. 우리 손으로 최고 권력자를 뽑을 수 있는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적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판을 뒤집고 독재의 후예 노태우가 다시 정권을 장악하는 데는 채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항쟁 후가 중요하다.

피어린 역사적 경험은 항쟁 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촛불 항쟁도 예외가 아니다. 촛불 항쟁 후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을 바꿔야 민심의 요구대로 새 시대를 열 수 있는가? 대통령 한 명 바꾸면 되는 것인가? 그것도 미꾸라지도 울고 갈 기회주의 세력에게 정권을 넘기면 끝이란 말인가? 소위 우리 야당처럼 완벽한 기회주의 정치세력은 투표제도가 보편화된 현대 정치사에서는 매우 보기 힘든 경우다. 외세의 눈치를 보며 사드배치에 대해 왔다 갔다 말을 수시로 바꾸고, 중세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에 비굴할 정도로 스스로 납작 엎드리고, 불과 4달 전 촛불이 광장을 뒤덮기 전까지는 하야나 퇴진은 과격해서 안 되고 질서 있는 퇴진을 운운하던 뻔뻔한 자들 아닌가?

그러면 무엇이 중한가?

핵심은 딱 하나다. 새로운 시대적 과업을 달성할 주체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현 시기 시대적 과업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심의 진짜 요구는 바로 사람 한명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낡은 체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요구를 실현할 세력을 우리 스스로 만들자’라는 것이다. 대리 정치, 청원의 시대는 이번 촛불로 끝났다.

4대 낡은 체제를 청산해야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노동자 농민들의 삶을 파탄시킨 97년 신자유주의 체제, 직접 민주주의가 왜곡된 87년 대의민주주의 체제, 친일 기득권 세력들에게 존립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45년 분단체제, 외세와 관련하여 민족 자주권을 확립하고 비굴한 식민지 체제가 4대 낡은 체제다. 이것을 바꿔야 새 시대를 열 수 있다. 이 낡은 체제를 그대로 놔두고 기회주의 세력으로 사람만 몇 명 바꿔봐야 돌아오는 건 배신감뿐이다. 우리는 소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통하여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다.

4대 낡은 체제에 대한 입장이 분명한 정치세력을 건설하고 강화하자. 특히 선거에서 정치세력이란 당과 후보다. 적어도 선거에서 당과 후보를 빼놓고 대안을 운운하는 것은 대중에게 모호하고 역사적으로 무책임한 것이다. 역사 발전 단계상 군부 쿠데타 같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 다시 조성되기 전에는 어떤 정치세력도 선거를 피하여 집권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촛불민심을 계승하여 4대 낡은 체제를 바꿀 정당을 우리 스스로 건설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대선 결과가 아니라 여기에 달려있다.

역사의 갈림길이다.

57년 만에 만든 시대의 봄에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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