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 날, 2천여 시위대 '차별 없는 세상' 외치며 행진

"성별 임금 격차 없어야 진정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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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4
한국 남녀 노동자의 임금격차다. 같은 일을 해도 남성 노동자가 100이란 임금을 받을 때 여성 노동자는 64밖에는 받지 못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OECD 국가 평균은 100 대 85다.

8일,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을 맞아 여성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고용 환경을 개선하라’, ‘차별과 성적 괴롭힘을 멈추라’며 시위에 나선지 100여 년이 지났건만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과 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는 ‘100대 64’가 뜻하는 성별 임금 격차와 일터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3.8 조기퇴근 시위 3시 STOP’를 기획했다. ‘100대 64’를 1일 8시간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 행사를 열었다.

▲ 100대 64라는 성별 임금격차에 항의하는 의미로 여성 노동자들이 3시부터 일손을 멈추고 광장으로 나왔다.
▲ 100대 64라는 성별 임금격차에 항의하는 의미로 여성 노동자들이 3시부터 일손을 멈추고 광장으로 나왔다.
▲ 대회 참가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증언하는 발언을 듣고 있다.
▲ 대회 참가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증언하는 발언을 듣고 있다.

대회를 시작하며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조기 퇴근, 3시 STOP 시위에 참가하지 못한는 분들은 오후 3시에 잠깐이라도 ‘멍 때리기’를 하거나 ‘3시 스톱 인증샷’을 찍는 방식으로 연대해 달라”고 말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소설가 김별아, 배우 김꽃비, 가수 이은미와 강허달림, 여성학자 박기남 교수 등이 조기퇴근 시위에 공감하며 인증샷을 보냈다고 한다.

‘조기퇴근, 3시 STOP’ 대회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고발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발언과 “명백한 차별의 중거,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라”는 투쟁 선언문 발표에 이어 가두행진으로 진행됐다.

▲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조합원들이 빨간 가발을 쓰고 대회에 참여해 여성건설노동자에게도 동일임금을 적용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조합원들이 빨간 가발을 쓰고 대회에 참여해 여성건설노동자에게도 동일임금을 적용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 20대 청년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알바 여성 노동자들이 시달리고 있는 성희롱과 저임금 현실을 고발했다.
▲ 20대 청년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 알바 여성 노동자들이 시달리고 있는 성희롱과 저임금 현실을 고발했다.

2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사회복지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콜센터 해고노동자, 컴퓨터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성희롱과 폭언,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고용불안 등 일터의 성차별 현실을 성토했다. 이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과 동일 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받고 능력이 부족하지 않아도 쉽게 해고되거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공동기획단은 이날 여성노동계 4대 의제, 10개 요구로 △성별임금격차 해소(최저임금 1만원, 임금 공시제도, 서비스노동 가치 재평가) △일 돌봄 쉼의 균형(주35시간 전면 도입,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실효성 강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여성에게 안전한 일터(직장내 성희롱 기업주 책임 강화, 감정노동, 근골격계 질환 예방 대책 수립)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출산휴가 불안정노동자 확대, 고용보험 대상 확대) 등을 발표했다.

▲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들이 다양한 시위도구를 사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들이 다양한 시위도구를 사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 민주노총이 '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모범조합원과 모범조합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 민주노총이 '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모범조합원과 모범조합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시위에 참가한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보신각과 서울노동청, 청계로를 지나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차가운 바람과 간이 눈발이 날리는 추위 속에서도 기발한 시위 도구와 피케 등을 들고 행진하며 '여성대회' 특유의 발랄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시위대의 선두에 선 차량에서는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착취가 잘못이라는 것이 상식인 나라를 원한다”, “우리는 ‘떼먹힌’ 36만큼의 임금을, 빼앗긴 권리를 쟁취하고자 사회에 고한다”며 서울시민들에게 노동 차별 해소에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가두행진 마무리 집회에서 공무원노조 박찬미 성평등위원장은 시위대 차량에 올라 정부의 그릇된 출산 정책을 비판했다.

▲ 시위대는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보신각과 서울노동청, 청계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 시위대는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보신각과 서울노동청, 청계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 공무원노조 박찬미 성평등위원장이 시위대 차량에 올라 박근혜 정부의 여성출산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무원노조 박찬미 성평등위원장이 시위대 차량에 올라 박근혜 정부의 여성출산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고학력 고소득 때문이라는 국책연구원의 주장이나 행자부의 가임지도 소동은 이 정부가 여성을 단지 종족번식이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도구로만 보는 저급한 수준이라는 걸 드러낸다. 또한 기획재정부 새로 도입하려는 유연근무제는 육아기에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들을 그렇게 내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여성노동정책은 오로지 출산, 출산, 출산, 어떻게 하면 애를 많이 낳게 하나 이것뿐이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고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없애는 정책, 여성이 출산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조기퇴근, 3시 STOP’ 시위에 앞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철폐와 저임금 노동 개선을 위해 싸워왔지만 현재의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볼 때 많이 부족한 것 같아 부끄럽다”며 “노동시장에서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노동이 존중되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민주노총이 더 힘차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 대회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대회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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