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김창호)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 개혁에 역행했다”며 대법원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법원본부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2월 법원 내 학회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관의 독립성 보장과 법원 행정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저지하고 학회 소속 판사를 인사발령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법원본부는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를 법원행정처로 발령하면서 법원행정처장 차장이 설문 조사 결과 발표를 축소하고 장기적으로는 학회의 와해를 추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가 해당 판사가 강력히 항의하자 다시 일선 법원으로 인사 조치한 초유의 사태가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는 학회 활동을 축소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인사 발령 취소는 해당 판사가 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커지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침묵만 하는 것이 누를 끼치는 것임을 알게 됐다”며 “어떤 방식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옳은지 고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기자회견에서 법원본부 김창호 본부장은 “대법원장의 인사권 독점 문제를 제기해 법원을 개혁하려는 판사들의 자정 노력을 힘으로 덮으려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대법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서정숙 부위원장도 “행정, 사법, 입법 삼권이 분리된, 엄격히 독립된 사법부임에도 양승태 대법원장은 철저히 정권에 부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법개혁을 주도해야 할 대법원장이 이를 가로막은 것은 스스로 개혁 대상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법원본부는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대법원장의 인사권 전횡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원본부는 “대법원장의 인사권 독점이 법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사법부 독립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공론화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도 7일 대법원장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를 포함한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해당 설문조사는 한명 한명이 개별 헌법기관인 법관의 인사를 대법원장이 일괄 장악하고 있는 현 제도로 인해 각 재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목색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법원행정처가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과 개별법관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법원행정처에 대한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사안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양 대법원장이 직접 해명하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책임 있는 사과와 후속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