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로 남느냐, 상생하느냐' 갈림길

충북 금왕농협 노사 갈등 원인…성과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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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방노동위원회(아래 충북지노위)가 지난 20일 ‘금왕농협 조정안 사측 거부로 결렬’이란 제하의 보도자료를 누리집에 게시했다.

 

충북지노위가 보도자료를 낸 건 지난 2014년 4월 이후 3년여 만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다. 보도자료 제목 또한 노사 갈등을 중재하는 기관답지 않게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충북지노위는 금왕농협 분쟁 조정안을 사측이 거부하면서 결렬됐고, 사태 장기화로 농민조합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금왕농협 파업 사태는 3일 현재 128일째를 맞았고, 그동안 무극지점과 북부지점이 폐쇄 되면서 지역 주민과 조합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충북지노위는 지난 16일 위원회 조정회의실에서 금왕농협 노동쟁의 사후조정신청사건에 대한 3차 조정회의에서 단체협약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용자측이 이를 거부해 장기간 이어온 노사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농민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충북지노위가 밝혔다.

 

금왕농협 노사는 노동조합 활동과 근로시간면제 등 단체교섭안에 확연한 입장 차를 보여 지난해 10월 충북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 조정은 결렬됐으며 이후 노조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금왕농협 노사는 올해 1월 사후조정신청을 하기로 합의한 후 충북지노위에 공을 넘겼다.

 

충북지노위는 보도자료에서 “노사합의에 따른 사후조정신청으로 노사분쟁에 종지부를 찍고 관계 회복을 기대할만한 분위기였다”며 “사후조정이 성립될 수 있도록 3차에 걸친 조정회의와 조정기간 연장까지 하는 노력을 기울여 합리적인 최종 조정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충북지노위는 이어 “노조는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조정안을 수락했다”면서 “반면 사용자측은 단협 1개 조항(상여금-성과급)이 농협중앙회의 권고와 타 농협과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조정안을 거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사후조정은 결렬됐지만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슬기와 지혜를 발휘해 노사분쟁이 조속히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자료는 금왕농협 노사 요구에 따라 충북지노위가 고심 끝에 합리적인 중재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사측은 거부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성과퇴출제는 노동계 최대 화두다. 성과를 내는 노동자는 성과금으로 돈을 더 주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금왕농협 노사도 상여금을 성과금으로 주는 문제와 맞닥뜨리면서 합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성과급제는 1999년 기업의 신자유주의 경영방식을 공공부문에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도입 당시 경쟁과 효율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들어왔지만 이 제도는 처음부터 공공부문에 맞지 않았다. 농협도 구성원의 동의 없이 급여체계를 성과급제로 변경해 노사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과급제는 부서와 구성원 간 협력관계를 경쟁관계로 탈바꿈시키면서 조직은 정글로 변해갔고 오히려 성과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공의 이익보다 효율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가 등한시됐다.

 

무엇보다도 평가자의 주관적 견해가 평가 결과에 반영되면서 권력에 줄을 서는 불합리로 이어졌다. 또 조직에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기보다 조직의 비리를 눈감고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폐단이 나타났다.

 

성과급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세계의 경영학자들의 비판과 민간 기업에서 조차 성과급제를 폐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인 델(DELL)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30여 곳이 지난해 성과평가 시스템을 폐기했다.

 

금왕농협에 성과급제가 고착화되면 노동자들은 퇴출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조합장을 위한, 조합장에 의한 조직’으로 만들어 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 피해자는 지역 주민과 금왕농협 조합원들이다. 헛소문에 편승해 피해자로 남을 건지, 상생할건지 선택은 당사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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