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공무원노동자총력투쟁대회, 사수(死守)가 아니라 쟁취(爭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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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대한 헌재의 탄핵 일정이 3월 둘째 주로 예상됨에 따라서 ‘벚꽃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며 섣부르게 김칫국부터 마시려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겠지만 도도한 탄핵 민심을 거역하는 역사의 반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일 헌재의 탄핵 기각이라는 반동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민의를 거역하는 쿠데타에 다름 아니고 민중의 분노와 저항이 폭발하게 될 것이다.

조기대선이 실시된다면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기간이 따로 없이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정치 일정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선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임 정권에 대한 탄핵으로 조기에 앞당겨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선거로 될 것이 틀림없고 그럴 경우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익히 예상된다고 하겠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1위 후보에 대한 주목보다 오히려 2위권 후보가 누구인가에 더 많은 관심이 가지 않은가.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서 우리 노동자가 할 일은 무엇일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것은 아닐 터이다. 민주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역할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고 상대적으로 더 나은 후보 당선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될 것이다. 정권교체의 흐름이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정권교체를 통하여 우리 민중은 이명박-박근혜 9년의 암울한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 파탄의 악몽 같았던 깜깜한 터널의 9년 세월에서 드디어 해방되는 것은 민중의 승리이고 축복이다. 문제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가 아닐까. 반동과 퇴행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은 틀림없지만 터널 끝에 광명한 대로가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에서 확인되는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발악적 저항 때문에? 아니다. 막다른 궁지에 몰린 자들의 단말적인 발악은 스스로 제 수명을 단축하고 자기 무덤을 파는 격이니 걱정할 거리가 아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새로 들어설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계승하는 민주정부 3기를 자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명되는 야권의 후보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뛰어넘기는커녕 그 아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그러니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합리적 추론이다.

공연한 노파심이 아니다. 안희정 후보가 보수대연정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박근혜의 선의 운운하는 것이야 언급할 가치도 없다손 치자.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 체결의 주역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문재인 후보의 외교자문그룹에 참여한다는 지난 16일치 언론보도를 보라. 김 전 본부장은 주 유엔대사를 거쳐 2009년 3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영입됐던 인물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김현종은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 이익을 지키는 게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쓴 바 있다.

보수야당 민주당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없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우리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파견법은 언제 제정되었나? 김대중 정부 때였다. 기간제법이 만들어진 건 언제였던가? 노무현 정부 때였다. 박근혜 탄핵투쟁 촛불항쟁에서 민주당과 연대하고 있을 뿐, 민주당은 노동자 민중의 대변자일 수 없다.

벌써부터 비관적인 전망으로 초를 치자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 민중의 운명은 누가 대신 바꿔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 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촛불항쟁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킨 주체가 민중 자신이었듯이 대선 이후 민중의 운명도 결국 우리 민중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정자의 선택은 단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고 오직 민중 자신의 힘과 지혜에 의거하여 새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3.25 공무원노동자총궐기대회가 예고돼 있다. 3월 25일이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다음일 텐데,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정세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바야흐로 대선 열기가 뜨겁게 분출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며, 광장에서는 촛불항쟁의 정치적 승리를 자축하면서 그 여세를 몰아 적폐청산과 개혁쟁취의 길로 힘차게 전진하고 있을 것이다. 탄핵 이후 정세는 사수(死守)에서 쟁취(爭取)로 국면이 전환된다는 뜻이다. 권리는 위정자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당사자가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3.25 공무원노동자가 총궐기투쟁에 나선다.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승리자의 기세가 용솟음칠 3.25 대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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